부천 물류센터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나와···두 센터 모두 폐쇄
택배기사 “밀려드는 물량 처내려면 손소독, 마스크는 사치”···집단 감염은 업계 전반의 문제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의 고양 물류센터. 쿠팡은 직원의 확진 판정 이후 해당 직원과 접촉한 직원들을 귀가 및 자가격리 조치했다. /사진=박지호 기자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의 고양 물류센터. 쿠팡은 직원의 확진 판정 이후 해당 직원과 접촉한 직원들을 귀가 및 자가격리 조치했다. / 사진=박지호 기자

쿠팡의 부천과 고양 물류센터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가운데 택배 수령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앞선 대형 물류센터뿐 아니라 쿠팡맨 집결지인 각 지역 캠프에서 쿠팡의 코로나19 안전 지침을 따르고 있지만, 하루 처리 물량과의 속도전을 벌이는 배송업의 업무 특성상 잦은 소독이 불가능하다는 등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쿠팡에 따르면 고양 물류센터 사무직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고양물류센터 전체를 폐쇄했다. 부천 물류센터 폐쇄에 이은 두 번째 폐쇄다. 현재 쿠팡은 방역당국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고양 센터 역시 부천 센터와 마찬가지로 쿠팡의 대형 물류센터여서, 배송 지연 등 물류 대란 발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최대한 배송에 차질이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쇄와 추가 방역 조치에도 전염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쿠팡 시스템 상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쿠팡맨이 직접 부천이나 고양 물류센터에 출입해 상품을 싣는 경우는 없다. 물류센터 직원이 피킹과 패킹한 상품을 쿠팡맨 집결지인 각 지역의 배송캠프로 운송하면, 쿠팡맨들은 캠프로 운송된 상품들을 쿠팡카에 싣고 배송지로 떠난다. 배송기사인 쿠팡맨과 물류센터 직원 간 접촉할 물리적인 접점은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수차례의 소독이 진행된다. 

한 쿠팡맨은 “고객을 만나는 우리가 물류센터 직원과 직접 접촉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송 차량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소독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이 쿠팡맨은 “캠프에 열감지기도 설치되고 마스크도 매일 제공되고 손소독제도 비치돼 있다”면서도 “캠프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차량 소독을 더 자주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택배에 대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문가들과 여러 평가를 통해 택배를 통한 감염 확산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전염 가능성과는 별개로 물류센터 집단 감염이 배송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에서는 대량의 물건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류센터 작업장의 특성상 마스크나 손소독이 수시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택배업 종사자는 “터질 게 터졌다고 본다. 1분에 수십개씩 밀려드는 물량을 쳐내야는데 어떻게 매번 손소독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쿠팡 역시 부천 물류센터 방역에 그간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차원의 방역에도 업무의 특성상 개인 일탈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파도 쉴 수 없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고충이다. 하루 휴가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을 할 차량과 인력을 스스로 고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증상 발현이 있어도 곧바로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택배기사는 “휴가가 있어도 쉽게 못 쓴다. 아프거나 급한 일이 있어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자기 대신 일할 사람을 넣어주고 가야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자신이 사비를 들여 용차를 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쿠팡 이외 다른 택배업체들은 어떤 상황일까. CJ대한통운도 열화상 카메라 설치, 기기 소독 등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비대면 배송으로 전환했으며, 위생보건 관련 지침과 체계를 수립해 매일 정기적으로 현장과 물류기기를 소독하고 비접촉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 등을 비치해 일 2회 이상 체온을 체크하는 등 고객과 종사자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무의 경우 택배기사가 소속된 대리점과 협의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오전 0시 기준 경기 부천시의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해 확인된 환자가 69명이라고 밝혔다.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직접 감염이 55명, 이들로 인한 추가 감염 사례가 14명이다. 물류센터 근무자와 방문객 4159명을 접촉자로 분류하고 자가격리 조치했다. 현재 이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 물류센터 확진과 관련해 쿠팡은 방역당국과 필요한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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