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SKB 승소 가능성 낮다
“시행령 마련돼도 확장 해석은 위법성 논란 우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 사진 = 연합뉴스

SK브로드밴드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최근 소송에 맞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망사업자와 콘텐츠 유통업자의 ‘속도개선’에 대한 책임공방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SK브로드밴드에게 어려움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채무 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넷플릭스가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의 맞소송 성격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달 넷플릭스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어 “반소 제기는 현재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소 제기 근거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자체 캐시서버(OCA)만으로는 국내 트래픽 소화가 불가하기에 그에 대해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CP)와 마찬가지로 망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CA는 새벽 시간 동안 영상을 저장해 트래픽 혼잡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사용하면 트래픽을 최대 95%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이유로 넷플릭스는 OCA를 무상으로 인터넷망사업자(ISP)에 제공하는 대신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국내 CP들과 달리 그동안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해외 CP에게도 국내 이용자 보호책임을 부과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 소송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기업 간 소송과 관련해) 법 개정에 따른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소송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정법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화 수단‘을 확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용자보호‘ 목적이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청구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망 사용료 요구 관련해서는) 법적인 근거를 찾기 힘들다. 넷플릭스 측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소송으로 끌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서 타협시키는 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소송을 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법이 '국내외 CP는 ISP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못 박지 않고 ‘서비스 안정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도로 개정됐기에 시행령을 통해 모호함이 해소되면 SK브로드밴드가 유리한 결과를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이 아닌 시행령을 통해 확장 해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 변호사는 “시행령이 나오더라도 법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내용을 담으면 위법소지가 있다. 법에서 명확하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비용 부담 의무를 지워야 한다”며 “만약 시행령에 정보통신사업자에 망 유지비용 부담 의무 또는 트래픽 유발 부담금과 같은 것을 구체화하더라도 그것은 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나 위법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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