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사 마케팅 자제령···고객 혼선 가중
정부 가이드라인 맞춘 재난지원금 신청 화면···‘실수 기부’ 해프닝

“정부 방침에 따르는 게 당연하지만 재난지원금 신청을 진행하면서 카드사만 동네북이 된 느낌이다.”

카드사를 통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후 한 카드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카드사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원활한 신청을 위해 서버 증설, 콜센터 인력 확충 등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고객 혼선이 빚어졌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있었다.

첫 번째는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이었다. 카드업계는 당초 재난지원금 신청 기간에 맞춰 고객들에게 커피 쿠폰 및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재난지원금 지급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계획했던 마케팅을 신청기간 전날 급히 취소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수 기부’ 문제였다. 재난지원금 신청 첫날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실수로 기부를 했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 배경에는 재난지원금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를 함께 넣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있었다. 당초 카드사들은 고객 혼선을 우려해 기부 신청을 별도 페이지로 분리하자고 건의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는 뒤늦게 신청 화면을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사이 총알받이가 된 건 카드사들이었다. 정부의 마케팅 제동에 앞서 이미 이벤트 안내를 받았던 고객들은 카드사에 형평성 불만을 제기했고, 재난지원금 기부 관련 혼선이 빚어지자 카드사에는 기부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모든 수습은 카드사들의 몫이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애먼 카드사들만 말 그대로 ‘동네북’이 된 셈이다.

결국 정부의 개입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 것은 물론 카드사의 마케팅 이벤트로 기대되던 소비 진작 효과도 잃었다.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인 소비 촉진과 오히려 배치되는 결과다. 정부가 한 발자국 시장에서 물러나 카드사의 자율에 맡겼다면 어땠을까. 혼선에 혼선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