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글 공유·확산중···참여인원 400명 육박
은행경비원노조준비위, 민주노총 가입 ‘눈앞’···“고용안정 및 처우 개선 요구할 것”

최근 코로나19 지원 대출과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은행 경비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지원 대출과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은행 경비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은행 영업점 내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은행 경비원들이 최근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은행 영업점 내에서 이뤄지는 부당한 업무지시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경비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정식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은행 경비원에 대한 현실 폭로’ 게시글은 최근 많은 은행 경비원들 사이에서 공유·확산되고 있다. 청원 참여인원도 이틀만에 397명을 기록 중이다.

흔히 ‘청원경찰’로 지칭되는 은행 경비원은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배치되는 청원경찰과 다소 차이가 있다. 청원경찰은 배치를 요청한 기관이 직접고용 형태로 채용하며 청원경찰법의 적용을 받는다. 근무지 내에서 불심검문·보호조치·무기사용 등 제한적인 경찰직무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은행 경비원은 청원경찰법이 아닌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경비가 필요한 민간 기관이 경비업체에 파견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고용된다. 용역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부당업무 지시나 부당해고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원은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만을 수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은행 경비원들이 영업점 내에서 주차, 차량운전, 기계관리, 서류관리 등의 기타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글 게시자 역시 “과도하고 부당한 업무를 맡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본인들이 담당하고 책임감있게 처리해야될 업무들이 있지만 금융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경비원에게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현재 많은 은행 경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지원 대출,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많은 업무가 은행 경비원들에게 몰리고 있어 비판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의 부당업무 지시 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청와대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은행의 부당업무 지시 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청와대 청원글이 많은 은행 경비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 은행 경비원은 “심한 경우는 은행원의 대출업무를 경비원이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며 “세무서를 다녀오는 등의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처리한 일에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경비원이 져야한다”며 “경비 외에 업무를 수행하다가 안전 상의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은 경비원들의 몫”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더욱 큰 문제는 경비원들이 너무나도 쉽게 해고된다는 점”며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점의 사정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참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은행 경비원들은 노조 결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은행 경비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은행경비연대’는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노조 설립 및 연맹 가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체 이름도 기존 은행경비연대에서 ‘은행경비노조 준비위원회’로 일시 변경하기로 했다.

이태훈 은행경비노조 준비위원장은 “정식 출범 일자는 아직 미정이지만 민주노총 산하 조직 중 은행 경비원 노조를 받아주기로 한 곳이 있다”며 “노조가 정식 출범한다면 노조 아래서 경비원들의 고용이 어느정도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은행과 용역업체들에게 경비원들에게 경비업무만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만약에 불가피하게 다른 업무를 시켜야 한다면 그에 따른 추가 수당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이 돼있으면 지점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반드시 (계약기간을) 이행 하도록 할 것”이라며 “영업점 통·폐합과 같은 상황에서도 주변 지점 연계 등의 방법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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