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기업 대출 급증하자 자본 필요해져 
130% 육박한 이중레버리지비율 해소도 시급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 /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활발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대출 등이 빠르게 늘면서 금융지주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전 업권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금융권의 신종자본증권에 몰린 점도 금융지주들의 자본 확충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KB·하나·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 확대 발행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지난 22일 신종자본증권을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해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낮아진 자본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35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키웠다. 지난 8일 KB금융도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면서 발행 규모를 4000억원으로 늘려 발행한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증권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다는 장점이 있어 금융사들이 자본 확충을 할 때 흔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 증권을 금융사의 자본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떨어지는 BIS비율 사수 필요성 커져

금융지주들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대출도 작년보다 더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지주사의 BIS비율 저하가 불가피해져 자본 확충이 필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1분기 기업대출은 기업들의 자금수요 확대로 전년 말 대비 5.5%(7조원) 증가한 상황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4% 크게 늘었다. 특히 1분기에 대기업 대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1분기 기준으로 대기업 대출이 전 분기보다 14.2% 늘었고 중소기업은 2.5% 증가했다. 

금융지주사의 BIS비율은 일제히 하락한 상황이다. KB금융의 1분기 BIS비율은 14.02%를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0.46%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7%로 0.2%포인트 감소했고 하나금융 BIS비율도 0.15%포인트 감소한 13.80%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BIS비율 하락으로 인한 자본 확충 필요성 외에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에 육박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막기 위해 이 비율을 130% 이하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에 육박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각각 125.60%, 125.80%, 128.56%, 96.25%를 기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 증권이 발행되면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개선된다. 

특히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대금 납입으로 각각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더 상승할 수 있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라며 “한편 코로나19에도 대형 금융지주의 수익성이 다른 업계보다 괜찮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투자가 활발해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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