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위 수성 위해…LG유플·SKT 인수여부 따라 순위 갈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현대HCN이 예비입찰을 마무리한 가운데, 통신 3사가 모두 참여했다. 누가 현대HCN의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앞서 진행된 인수합병으로 인해 통신 3강으로 재편된 상황이다. 이번 현대HCN 역시 누구품으로 가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HCN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현대HCN은 지난해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95%로 케이블업계 5위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수가 134만명에 달하고, 3000억원의 연매출에 10% 중반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다. 서울 서초구·동작구와 대구·경북 등 핵심권역 8곳을 보유한 점도 장점이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95%에 불과하지만 업계 순위 변화에 충분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통신 3사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 3강으로 재편된 상태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 순이다. 

현대HCN 인수와 관련해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KT가 인수할 경우, 순위 변화는 없으며 KT의 1위 자리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인수에 성공할 경우, 2위와 3위가 뒤바뀌게 된다. 마지막으로 3사 모두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KT와 SK텔레콤의 현대HCN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의 경우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LG헬로비전 인수로 치고올라온 LG유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SK텔레콤 입장에서 유료방송 3위라는 위치는 만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유료방송 시장 확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현대HCN을 인수하게 되면, 점유율 28.12%로 24.91%인 LG유플러스를 뛰어넘고 2위를 차지하게 된다. 아울러 KT와의 격차도 3% 안팎으로 줄어들게 된다. 실탄 역시 충분하다. 지난 1분기 기준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100억원대로 나타났다. 5000억원 규모로 평가받는 현대HCN을 인수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다만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이 출범한 지 아직 한달 밖에 되지 않아, 화학적 결합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과 최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와의 갈등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의 경우 1위 자리를 확실하게 수성하기 위해서 현대HCN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KT는 점유율 점유율 5.98%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다가 유료방송 합산 규제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한바 있다. 특히 구현모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 대표의 경우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 KT렌탈 인수를 주도하는 등 인수합병 추진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KT 역시 변수는 존재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덕에 족쇄는 풀렸지만, 향후 관련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시장에서 특정 회사 점유율이 33.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것으로, 방송시장의 독과점을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15년 6월 도입돼 3년 만인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이후 재도입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국회와 정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경쟁사의 현대HCN 인수를 가만히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나게 된다. 문제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실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8000억원 가량을 썼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000억원 정도로 현대HCN을 인수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3사 모두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예비입찰에는 참여했지만 본입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결국 변수는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HCN이 알짜 매물은 맞지만, 점유율만 놓고 봤을 때, 현재 추정 가격은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합병법인을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