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미래에셋그룹 일감몰아주기 관련 '법위반 정도 낮다' 판단···검찰고발 없이 과징금 결정
2017년 11월 중단됐던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 심사재개 전망···자기자본 9조 활용하는 IMA(종합투자계좌) 진출 가능성↑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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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래에셋그룹을 괴롭혀오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징계 심사가 검찰고발 없는 과징금(44억원)과 시정명령으로 일단락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의 경우 검찰고발까지 가기에는 사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고발을 하지 않으면서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 신청했던 발행어음 심사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9조원을 활용하기 위해 발행어음을 넘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에 진출할지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공정위, 검찰고발 왜 포기했나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나 미래에셋컨설팅 등 법인에 대해 검찰고발을 하지 않은 배경으로 법리대결에서 미래에셋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사법부는 그동안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를 위해, 명확하게 비싸다고 입증되는 대가를 지불하며, 특정 계열사에 고의로 일감몰아주기를 해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시장경쟁을 충분히 훼손했을 경우’에 한해 유죄 판결을 내려왔다. 법인이나 특수관계인 고발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모든 증명 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법리대결을 펼칠 경우 공정위가 이긴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10월 전해철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법원에서 완전 승소한 비율은 20%에 그친다. 법원은 한진그룹 일감몰아주기 2심 판결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상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법성 입증의 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고 명백한 위법성 증거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제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검찰고발을 위한 증거자료 확보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브리핑에서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이 보유한 블루마운틴CC의 영업방향, 수익 상황, 포시즌스 호텔의 장점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계열사들이 지불한 블루마운틴CC 이용대금이 다른 정상가격보다 명확하게 비싼지 여부와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를 운영하는 것이 시장경쟁을 훼손했는지 여부 자체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개별기준 2014년 2억원, 2015년 120억원, 2016년 118억원 등 영업손실을 냈고 배당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 반 동안의 논의 끝에 검찰고발을 하지 않는 대신 행정제재인 과징금을 택했다. 정진욱 국장은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마케팅을 위해서 골프장 이용이 불가피한데 새로운 사업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거래처만 변경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위반성이 적다고 봤다”며 “내부거래 비율이 23.7%인데 과거 제재했던 태광의 58.24%보다 훨씬 더 적은 것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현주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미래에셋 측이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효과를 봤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최근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로 임명된 조윤제 전 주미대사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이 이전보다 온화하게 변한 것도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미래에셋의 일감몰아주기 무기한 조사를 끝내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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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미래에셋대우, 다음 행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고발을 하지 않음으로써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에 신청했던 단기금융업 심사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려면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처야 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이상인 초대형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의 IB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이 금융당국의 허가 아래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잔액이 8조원을 넘어섰고 NH투자증권은 4조원대, KB증권은 3조원대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지난해말 기준 9조1936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를 허가받는다면 막대한 자기자본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6%로 한국투자증권의 14.3%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의 궁극적 목표는 종합투자계좌(IMA)일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개인고객에게 예탁 받은 자산을 기업대출, 회사채 등 원금비보장상품에 투자해 고객에게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IMA는 발행제한도 없으며 실적배당 방식이기 때문에 고정된 이율을 보장해야 하는 발행어음처럼 역마진 우려도 없다. 기업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도 70%로 발행어음의 50%보다 높다.

원칙상 IMA는 발행어음과 달리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 아래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일단 발행어음 허가를 받고 나서 IMA 진출여부를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결론이 나왔으므로 미래에셋대우는 심사 재개와 관련해 필요한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에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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