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협성선걸 등 5개 기업 이어 최근 한샘 등 4개 기업 공정위에 고발 요청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과거 유명무실했던 의무 고발요청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박영선 장관이 온 이후 일어난 변화 중 하나인데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 더 이상 기업들이 ‘과징금만 내고 끝내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기부는 최근 ‘제12차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어 한샘, 대림산업, 대보건설, 크리스에프앤씨 등 4개 기업을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4개 기업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의무고발 요청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린 사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장·감사원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토록 한 제도다. 요청을 하면 사실상 무조건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두려운 제도였으나, 실제로 요청이 이뤄진 경우가 별로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허나 박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달라졌다. 뜸하게 열리던 의무고발심의 위원회가 분기별로 이뤄지게 됐고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고발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중기부는 불과 3달 전인 지난 2월에도 협성건설, 이수건설, 엔캣, 한국맥도날드, 하남에프엔비 등 5개 기업을 공정위에 고발요청했다.

중기부가 고발요청을 적극 활용하면서 기업들이 위반 사안과 관련해 과징금만 내고 넘어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고발요청을 받은 기업들 면면을 보면 모두 이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곳들이다.

한샘은 부엌가구 전시매장 판촉행사를 하며 매장 입점 대리점 120여개 업체에 판촉비용 34억원을 사전 협의 없이 떠넘겨 과징금 11억5600만원을 처분 받았다.

대림산업은 759개 중소기업들에게 하청을 주면서 하도급 대금과 선급금 지연이자 등 15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과징금 7억3500만원을 처분 받았다.

대보건설은 발주처로부터 현금을 받고도 117개 하도급 업체에게 어음으로 지급하고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등 총 2억5000만원을 미지급해 과징금 9300만원을 처분 받았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중소기업들에게 의류제조를 위탁하면서 1억2000여만원 상당의 자사 의류제품을 구입하도록 해 과징금 1억3500만원을 처분 받았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선 예전부터 봐주기 논란이 있어 왔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별도 수사 없이 공정위 과징금 선에서 끝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고발요청을 하게 되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공정위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안에 대해 이중처벌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기부 거래환경개선과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의 문제점을 보완해 공정위의 고발율을 올리고 기업들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요청이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처벌 논란과 관련해선 “행정벌과 형사벌을 구분해야 한다”며 “관련 주장은 주로 위반 기업들로부터 나오는데 피해 기업입장에서 보면 이중처벌이 아니라 더 효과적 처벌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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