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과자, 주말에 만드는 솥밥과 국민 간식 분식에 경쾌하게 맞아 떨어지는 와인을 곁들여 두 배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면? 일상의 와인 라이프를 제안하는 와인 스토어 & 페어링 바, 위키드와이프가 전해온 마리아주 한 수.

 

단맛 과자가 단맛 와인을 만날 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을 때는 2가지를 기억하면 쉬워진다. 각각의 재료마다 맛있는 특징이 있을 때, 서로 만나 두 배 더 맛있어지는 ‘상승 페어링’. 재료 중 한가지가 약간의 취약함 또는 단점을 지니고 있을 때(이 를테면 비린 맛, 콤콤한 맛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 와인을 만나 그 단점이 ‘맛있음’으로 변신하는 ‘보완 페어링’이다. 단맛의 과자에 단맛 와인을 맞추는 것은 상승 페어링에 해당한다. 설탕이나 초콜릿으로 이미 단맛 포화 상태인 과자(케이크 포함)에 단맛의 와인(이탈 리아 모스카토 다스티,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프랑스의 소테른 귀부 와인)을 페어링하면 단맛이 두 배로 폭발하는 것. 만약 단맛 음식에 산도가 도드라지는 샴페인이나 타닌이 묵직한 칠레의 레드 와인을 페어링 하면, 식사를 당장에 중단하고 싶어질 것이다.

추천 와인 타우니 포트, 체치 루나 스파클링, 크렘 드 뱅

 

 

 

매콤달콤한 양념 소스를 필요로 하는 차분하고 신선한 레드

고기(레드), 생선(화이트), 채소(화이트) 등 식재료의 주제에 따라 와인 페어링을 권하는 서양식 페어링과 달리, 한식 페어링은 그 재료를 둘러싼 ‘양념 맛’으로 페어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더다양한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간장 소스, 된장 소스, 식초 소스, 기름 소스 등 의외로 단출한 한식 양념 중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소스는 설탕(또는 꿀)을 넣어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고추장 소스. 제육볶음부터 분식 카테고리의 순대볶음까지 수많은 메뉴를 떠올릴 수 있는데, 양념치킨도 그중 하나다. 이런 소스의 맛이 지배적인 음식에는 차분하고 신선한 레드 와인이 좋다. 입안을 자극해 허겁지겁 먹게 만드는 레드 스파클링페어링도 존재하지만, 다음 날 얼굴이 붓는 걸 원치 않는다면 혀를 눌러주며 점잖은 속도로 정찬을 즐기는 기분을 선물하는 스페인의 미디엄 보디 레드나 이탈리아의 신선한 산도가 살아 있는 레드가 좋겠다.

추천 와인 투토 암포라, 가나다 네그라

 

 

 

기름지고 자극적인 분식에도 와인을

우리는 쉬운 것을 좋아하고 쉬운 것에 반응한다. 솥밥과 와인의 만남은 어쩐지 고급 요리 같지만, 분식에 와인은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식 카테고리 중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대표 메뉴는 국물 없는 떡볶이, 튀김, 만두, 짜파게티, 비빔면 등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 알고 있는 메뉴다. 다만 ‘분식 와인’을 한 가지로 꼽을 수 있는게 아니라, 각각에 맞는 와인이 모두 다르다. 재료를 둘러싼 소스와 조리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 단맛과 매운맛이 자극적인 떡볶이의 ‘불량스러운 고추장 소스’를 커버하려면 기포가 매운맛을 씻어주는 듯하다가 더 자극해 식욕을 돋우는, 단맛과 쓴맛의 밸런스가 좋은 이탈리아 북부의 레드 스파클링이 환상이다. 튀겨내 미끌미끌 기름진 만두 텍스처에는 혀를 깔끔하게 씻어주고 만두소의 맛을 고소하게 끌어 올리는, 짭짤한 허브 향의 이탈리아 페코리노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를 권한다. 짜파게티에는 기름지고 고소한 춘장 소스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약간의 단맛을 함유한 독일 카비넷 등급 리슬링을, 비빔면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레드 스파클링을 페어링하면 정답이다.

추천 와인 페코리노 화이트, 콘체르토, 카탕 소바주 리슬링

 

 

 

담백한 듯 기름진 족발과 보쌈에는 발효해 콤콤한 화이트

족발과 보쌈은 맛의 영역을 어디에 둘지 고민해볼 종목이다. 담백한 고기만 먹을 수도, 빨간 김치나 백김치, 새우젓을 곁들여 자극적으로도 즐길 수 있다. 2가지 상황을 모두 커버하는 것이 살짝 삭힌 동치미 국물 맛이 나는 프랑스 알자스 또는 루아르 지역의 내추럴 화이트 와인이다. 고기만 한 점 씹어 삼키면 누린내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백김치와 함께 먹으면 입안이 감칠맛으로 뒤덮이며, 매운 김치와 먹으면 시원해진다. 타닌 함량이 높고 거칠게 느껴지는 풀 보디 레드나 단맛의 디저트 와인밖에 없다면, 그날은 와인을 포기하는 게 좋다. 어울리지 않고 ‘동반 추락’하는 페어링은 미각과 분위기, 동반자와의 대화까지 망치는 아무도 모르는 주범이다.

추천 와인 메르 에 코키야지, 세렌 블랑슈

 

 

 

양념하지 않은 생선 솥밥에 짠맛 베이스의 화이트

페어링은 재료와 소스의 실체를 이해하면 쉽다. 솥밥 와인만 있는 게 아니라 나물 솥밥, 생선 솥밥, 고기 솥밥으로 분류해 각각의 와인을 찾는 것이다. 나물 솥밥에 고기 솥밥 레드를 맞추면 균형이 깨지고, 고기 솥밥을 먹을 때 생선 화이트를 마시면 맛이 없다. 집에서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솥밥은 의외로 손질이 까다로운 나물 솥밥이나 고기를 구워 뜸들일때 올리는 고기 솥밥보다는, 모든 재료를 처음부터 넣고 와르르 끓이는 생선 솥밥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엔 가자미와 굴, 봄에는 병어, 여름엔 민어, 가을 도미와 초겨울의 문어, 명란 같은 재료, 어떤 걸 써도 좋다. 짭짤한 바다의 재료를 얹은 솥밥에는 짭짤한 맛의 와인을 맞추는 거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바다의 맛이 깃든 베르멘티노 화이트, 산도와 과일 단맛의 밸런스가 언제나 완벽주의자를 추구하는 프랑스 루아르의 슈냉 블랑 화이트 등 어울리는 짝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추천 와인 쿠쿠블랑, 밀리플로르

 

 

BY WICKED WIFE

k o r e a f o o d  Ⅹ  w i n e p a i r i n g

 

좋아하는 일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목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서울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은유하는 ‘위키드와이프(wicked wife)’는 와인 전문지 기자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에디터,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와인과 음식을 오랫동안 다룬 이영지 대표의 와인 스토어 & 페어링 바다. 지난해 가을 오픈한 이곳에서 그녀는 금, 토요일에 열리는 분식 페어링 런치와 떡볶이 스파클링을 파는 일상 와인 편집숍, 저녁의 다이닝 바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며 ‘일상 와인’을 찾아내는 즐거운 연습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페어링주 픽토리얼’의 주제는 화려하지 않아 누구나 열광한다. 편의점 과자에 어울리는 과자 와인, 짜파게티에 어울리는 짜파게티 와인, 국민 간식 떡볶이 스파클링이 ‘나도 저렇게 먹을 수 있겠군’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연습이 반복되다 보면 ‘와인은 고작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이영지 대표는 말한다. 카레 와인, 콩테 치즈 와인, 푸아그라 와인, 피자 와인이 존재함을 믿는 재밌는 놀이라고도 덧붙였다.

 

Paring Note

 

1. 매콤한 양념치킨 페어링

카나다 네그라 신선하지만 너무 가볍게 날뛰지 않는 스페 인의 템프라니요 베이스 레드 와인이다. 붉은 과일에 잘 익은 체리 즙이 더해져 무거워 지고, 오크 통에서 발효한 바닐라와 나무 향이 과하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불멸의 양념치킨 레드.

 

2. 단맛 과자 페어링

포트 와인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 포르투갈의 대표 와인. 알코올 함량이 18~20%로 높은 편이고 브랜 드의 향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진 다. 단맛 영역의 디저트는 물론, 시가를 피울 때나 다크 초콜릿을 먹을 때도 역할을 한다.

 

3. 분식 페어링

콘체르토 이탈리아 북부에서 생산되는 레드 스파클링인데 단맛과 쓴맛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춰 고급 다이닝 식탁에도 자신 있게 올려둘 수 있는 미식가의 한 병이다. 이 밸런스 덕분에 떡볶이의 고추장 양념 소스가 맛있게 상승하며 분량 이상으로 폭식하게 만드는 무서운 조합으로 악명 높다.

 

4. 생선 솥밥 페어링

쿠쿠블랑 단맛, 신맛, 짭짤한 맛의 밸런스가 길고 긴 포물선을 그리는 와인. 맛있고 탱글탱글 하게 익은 쌀, 생선 재료, 명란의 식감까지 모두 감싸준다.

 

5. 족발과 보쌈 페어링

메르 에 코키야지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 리슬링과 실바너 청포도를 블렌딩해 만든 상큼 콤콤한 효모 주스 스타일 화이트. 족발이나 보쌈 고기에만 먹어도 맛있 고, 백김치에 페어링하면 더맛있다.

 

리빙센스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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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하양 기자 사진 이지아 이영지(위키드와이프 대표) 요리 최수영, 홍선화(위키드와이프, 070-8777-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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