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 없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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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17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27일 오전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전날 오전 8시30분쯤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진술 조서 열람 시작해 이날 오전 1시30분쯤 뒤 귀가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사건과는 별개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은 이후 3년3개월만에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의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내 영상녹화실에서 진행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진술내용 등을 살펴본 후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조사 여부 및 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이 2015년 합병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약 23%를 갖고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그런데 합병 조건을 보면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분 확대를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떨어뜨리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지분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또한 부풀려졌다는 게 의혹의 한 갈래다.

특히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합병 전 바이오에피스를 삼바의 ‘자회사’로 분류했는데, 합병 뒤에는 바이오젠이라는 회사가 바이오에피스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바꿨다.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잘못된 회계로 결론 내렸다.

반대로 삼성물산의 경우 합병을 앞두고 아파트 수주를 미루는 방식으로 가치를 낮춰 ‘자해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 배경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어떤 지시·보고를 주고받았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 소환 날짜와 시각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라 조서 열람 등을 포함한 조사 시간이 자정까지 이지만, 이 부회장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서면으로 심야조사를 요청하고 인권보호관이 허가함에 따라 자정 이후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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