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당뇨약 31개 품목 판매중지 발표···“의·약사 상담 없이 임의로 복용 중단 말아달라”
한올·중외 작년 매출 합쳐 150억원대 추산···타 제약사들은 여파 적을 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 성분이 함유된 31개 품목의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했다. 정부는 실제 암 발생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복용하는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해당 품목 매출이 높은 대웅제약그룹과 JW중외제약은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뇨병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의 국내 유통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모두 수거해 검사한 결과, 국내 제조 31개 품목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고 26일 발표했다.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는 WHO(세계보건기구) 국제 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단,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31개 품목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명 중 0.21명’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해당 제품을 복용한 환자에서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므로 환자들은 의·약사 상담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 것을 식약처는 당부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성분 완제의약품 288개 품목의 지난해 생산과 수입실적은 3745억여원이다. 이중 판매중지 31개 품목 생산실적은 228억원대로 추산된다. 단순하게 수치상으로만 보면 6% 비중을 점유하는 상황이다.

식약처가 메트포르민 성분을 주목한 것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보건과학청이 현지서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 제제 46개 품목 중 3개가 일일허용치 이상 NDMA가 검출됐다고 밝힌 직후로 파악된다. 실제 식약처는 문제의 원료 제조처를 파악하는 동시에 원료의약품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올  4월부터 완제의약품을 집중 조사한 식약처가 이날 결과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과거 역시 NDMA 이슈로 175개 품목이 판매중지됐던 발사르탄 제제나 269개 품목이 판매금지됐던 라니티딘 제제에 비해서는 이번 메트포르민 제제의 경우 판매중지 대상이 31개 품목으로 상대적으로 적어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충격이 적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31개 품목에 자사 제품이 포함된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매출 하락 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31개 품목은 23개 제약사가 제조한다. 이중 JW중외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대웅바이오가 각각 3개 품목을 제조한다.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은 각각 2개 품목을 만든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인 한국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루코다운오알서방정1000밀리그램(메트포르민염산염) 등 3개 품목의 지난해 매출은 81억여원으로 집계됐다. JW중외제약의 가드메트정100/1000밀리그램 등 3개 품목은 7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바이오, 대웅제약은 모두 대웅제약그룹에 속해있어 그룹의 직접 손실은 적지 않은 규모로 추산된다.

결국 한올바이오파마와 JW중외제약을 제외하곤 이번 메트포르민 제제 판매중지에 따른 제약업계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잠정이고 식약처가 암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올과 중외제약도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제제에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업계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조치로 볼 수 있다”며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메트포르민 제제가 아닌 어느 성분 의약품 비중이 향후 높아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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