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악화, ‘임대료’ 추가 지원 절실하지만···정부는 열흘 째 감감무소식
주요 사업 실적 부진으로 호텔롯데 상장도 불투명···“재개 시점 예의주시 중”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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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매출 10조원 시대를 열며 글로벌 면세업계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대내외 악재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실적 악화까지 더해지며 서서히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 계획도 미뤄질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올 1분기 영업이익 4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내린 수치로, 별개로 돼 있는 부산법인 실적까지 반영하면 사실상 적자로 알려졌다. 매출도 8727억원으로 37.5% 감소했다. 타 면세점들에 비하면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지만 롯데면세점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호텔롯데는 1분기 영업손실 791억원, 당기순손실 156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이 당면한 과제는 임대료 인하안을 얻는 것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업계 빅3는 다섯 차례나 인천공항공사와 만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고 추가 감면책을 이끌어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와 임대료 감면 방안을 추가 논의하고, 현행 20%에서 최대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약속을 받아낸지 열흘이 넘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인하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는 데는 지방공항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지방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2018년을 기점으로 임대료 책정방식을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매출 연동 방식으로 바꿨다. 월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지급하되 매출이 없으면 사무실, 매장 관리비 등 수천만원 수준의 최소 고정비를 지급하면 된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22일부터 김해·김포공항을 무기한 영업 중단시켰음에도 한 달에 60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다. 3월 기준 롯데면세점은 김해공항에 38억원, 김포공항에 27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고 비슷한 수준으로 임대료를 계속 납부 중이다.

인천공항은 면세업계 3사가 의견을 모아 건의하며 임대료 추가 감면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김포·김해공항은 롯데만의 싸움이다. 인천공항과 달리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간의 공통된 이해 관계가 없어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방공항에 지점이 없고,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 달리 매출 연동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해외 매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7개국에서 매장 11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호주 멜버른 시내점을 제외한 10곳은 이미 현지 공항 셧다운 탓에 지난 3월부터 문을 닫고 있다. 또 지난해에서 올 상반기로 오픈이 미뤄졌던 베트남 다낭 시내점은 문을 언제 열지도 미지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베트남 시내점 오픈도 어려워졌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핵심 사업의 부진한 영향으로 호텔롯데 상장도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이번 상장 계획은 사업 실적 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이 2015년 8월부터 추진하던 사업이다. 신 회장이 제시한 뉴롯데의 핵심과제기도 하다.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경영권 분쟁 등 사건으로 상장 작업이 계속해서 미뤄져왔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변수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업 실적이 암울한 상황이라 상장 진행은 무리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지만 중단된 바 있고, 올해는 경제 악화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적합한 시점에 상장 추진 재개 시점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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