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사장·김형 대우건설 사장, 1차 합동설명회에 깜짝 등장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 무색···유언비어·소송전 난무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알짜 강남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의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경쟁이 극에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가 무색하게 비방·고소가 잇따르는 등 온갖 의혹과 잡음이 일고 있어서다. 아울러 이례적으로 양 사의 사장들이 현장에 등장하는 각종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더 크고, 더 화려하게’ 홍보관 놓고 신경전···삼성 이영호·대우 김형, CEO들까지 지원사격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3주구 조합은 오는 3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반포3주구는 사업비만 8087억원에 달해 신규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건설업계의 관심을 받아온 사업장이다. 건설사들은 반포3주구가 수익성이 크진 않지만 반포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브랜드 홍보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보효과로 추정되는 금액만으로도 건설비용 이상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수주전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20일부터 홍보관을 열고, 본격적인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섰다. 두 건설사의 홍보관 규모는 150㎡(15X10)로 종래 타 정비사업 홍보관에 비해 큰 규모다. 하지만 서로 크고 화려하게 짓기 위해 관할 자치구에 가설건축물 축조 허가를 위한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서초구청이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원상복구 명령을 내고 홍보관을 1층 규모로 설치하거나 반포주공아파트 회의실 사용을 권고했지만, 두 회사는 예정대로 홍보관을 열었다.

양사의 사장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반포3주구 입찰 시공사 1차 합동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참석했다. 통상 시공사 선정 총회(2차 설명회)에 사장들이 참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1차 설명회에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대우건설은 대주주인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의 이대현 대표까지 홍보 영상에 출연시켰다. 삼성물산 못지않은 든든한 대주주가 있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양사에 반포3주구 사업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상천외한 비방·불법 홍보로 고소·고발 난무···‘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 무색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홍보물 배포 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합은 두 회사의 홍보물을 3개로 제한했지만 삼성물산이 6개의 홍보물을 발송하려던 것이 적발됐다. 특히 삼성물산의 홍보물에는 신반포15차 재건축 해지총회 책자가 들어 있어 논란이 됐다. 신반포15차에서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은 공사비 등의 문제로 시공사 지위를 해지 당한 바 있다. 결국 대우건설의 강력한 항의로 삼성물산 직원 10여명이 그 자리에서 우편물을 재포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홍보 과정에서도 서로의 제안서에 대한 비방전과 불법 홍보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삼성물산은 스타조합장 한 모 씨를 앞세워 대우건설을 비방하는 등 대리 홍보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 씨가 최근 반포3주구 조합원에게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시공사로 선정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는 삼성물산과의 공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한 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OS요원(외주 홍보직원) 활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대우건설은 100여명의 OS요원을 통해 불법 개별홍보활동을 진행해 지자체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또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일부 언론사에 30만~100만원의 협찬조건으로 시공사 선정에 유리한 기사를 청탁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양사는 서울시로부터 주의와 경고를 모두 각 1회씩 받았다. 경고를 3차례 받게 되면 해당 건설사는 입찰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앞서 서울시는 반포3주구를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로 지정한 바 있다. 조합원 개별 홍보·허위과장·부정행위 등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조합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포3주구의 한 조합원은 “최근 홍보관을 방문했는데 자신들만의 강점이 아닌 상대 경쟁사를 헐뜯는 데만 집중해 실망했다”며 “주장하는 내용도 너무 달라서 조합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3구역처럼 불법 홍보 행위로 사업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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