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소세 연장 여부에 따라 팰리세이드·GV80 판매 영향
출고까지 수개월 걸려 개소세 종료 발표시 다른 브랜드로 고객 이탈 가능성 높아
현대차 “출고 대기 앞당길 방법 없어”···수출물량 이미 내수로 돌려·증산은 노조와 협의 걸림돌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차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말 개소세 인하 정책이 끝나게 될 경우, 차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개소세는 출고일 기준으로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데, 현대차 인기차종은 계약 후 출고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내달 개소세 인하 정책이 종료될 경우 대기기간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 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개소세 인하 정책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예정이다.

개소세 인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중에서 출고를 기다려야 하는 곳은 현대·기아차 뿐이다. 최근 흥행 열풍을 일으킨 르노삼성의 XM3도 계약 후 출고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팰리세이드나 GV80은 여전히 4~6개월가량 대기기간이 소요된다. 이들 차량은 올해 초 계약을 했더라도 옵션에 따라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져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쟁모델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팰리세이드는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 등이 동급 모델로 분류되고 있다. GV80은 폴크스바겐 투아렉, 볼보 XC90과 경쟁 중이다. 기본적으로 팰리세이드와 GV80은 경쟁모델보다는 가격대가 낮으나 풀옵션 기준으로는 할인폭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개소세 혜택까지 포함하면 가격 차이는 더 좁혀지게 된다. 현재 개소세 인하에 따라 차량 구매시 고객이 받는 혜택은 개소세 최대 100만원, 교육세 30만원(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 13만원(개소세·교육세 합산의 10%) 등 최대 143만원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익스플로러나 XC90 등의 경우 고객들의 구매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코리아 영업점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팰리세이드를 계약했던 고객들로부터 익스플로러 견적 요청이 많이 오고 있다”며 “익스플로러의 경우 바로 출고 가능하기 때문에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익스플로러 판매는 지난 2월 354대, 3월 445대, 4월 548대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다. 개소세 인하 종료 전에 생산량을 늘려 출고대기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물량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을 내수 판매로 전환했다”며 “그로인해 6~8개월가량 걸리던 출고대기 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했다”고 말했다.

증산을 결정하기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증산을 위해서는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 기간만 수 개월이 걸린다. 아울러 차량 인기가 떨어져 판매 감소에 따라 감산해야 할 때도 재차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레 생산을 늘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 車업계 “항공·해운은 지원하고 자동차는 혜택도 없애나”

정부는 개소세 인하와 관련해 크게 3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소세 인하 종료 ▲개소세 인하 연장 ▲인하율 하향 등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소세 인하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인하율 하향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재부는 자동차 개소세를 3월부터 6월 말까지 5%에서 1.5%로 내렸으나, 이번에는 3.5%로 돌아가며 인하율을 낮출 전망이다. 대신 기존 100만원이었던 한도는 없앨 방침이다.

이 경우 국내 완성차보다 고가의 수입차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4월 국내 완성차 판매 실적.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월 국내 완성차 판매 실적.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는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수출길이 막힌 가운데 내수 판매마저 줄어들 경우 국내 완성차 기업이 입을 피해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내 완성차 5개사 해외 판매는 19만6803대로 전년 대비 62.6% 줄었다. 반면 내수 판매는 14만5141대로 개소세 인하 혜택과 맞물려 전년보다 6.2% 증가했다.

국내 한 완성차 관계자는 “항공이나 해운 등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동원해 대규모로 지원하면서 같은 기간산업인 자동차에는 개소세 인하 혜택마저 없애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수출 부진으로 인해 국내 공장들이 연이어 휴업을 하고 있는데 내수 판매마저 줄어든다면 협력사부터 시작해 산업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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