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신시장·신사업 공동 진출 방침
글로벌 부문 1·2위 그룹, 노하우 공유 기대···주요 진출국도 서로 달라
‘세부 방안 부족’ 지적도···“글로벌 전략, 시스템 등 차이 있을 것”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사진 왼쪽부터)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신한금융그룹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사진 왼쪽부터)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파격적인 글로벌 협업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사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그룹 회장들뿐만 아니라 은행장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MOU를 체결하자 그 배경과 기대효과 등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두 금융그룹은 모두 업계 선두주자로서 글로벌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만큼 해외진출 노하우 등이 효율적으로 공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베트남·일본, 중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주력 진출 지역에도 차이가 있어 ‘윈-윈 전략’ 구성도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협업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25일 금융그룹 최초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부문 과당경쟁 지양 ▲상호 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두 그룹은 글로벌 사업 전반에 걸쳐 공동 영업기회를 발굴하고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또한 신규 해외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 등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 그룹의 협약은 업계에서 굉장히 이례적 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4대 금융그룹이 협업에 나서는 것이 흔하지 않을뿐더러 각 그룹의 회장들과 은행장들이 모두 직접 협약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사회공헌 관련 자리 외에는 대외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그룹이 협업 파트너로 서로를 선택한 배경 등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두 금융그룹이 다른 금융그룹들에 비해 글로벌 부문에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하나금융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1207억원으로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신한금융은 89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위 우리금융그룹(530억원)에 비해 각각 677억원, 213억원 높은 수치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하나금융이 41%로 가장 높으며 신한금융도 13.5%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자료=각 사/표=시사저널e
자료=각 사/표=시사저널e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베트남 시장 등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노하우가 있고 하나금융 역시 KEB외환은행 시절부터 쌓아온 글로벌 사업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의 강점들이 잘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요 진출국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두 그룹의 협업에 긍정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 등 베트남 시장, 일본 시장에서 주로 글로벌 순익을 거두는 반면 하나금융은 중국(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과 인도네시아(PT Bank KEB Hana)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은 각각 288억원, 18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그룹 내 해외법인 실적 1, 2위를 차지했으며 하나금융의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와 ‘PT Bank KEB Hana’ 역시 각각 289억원, 288억원으로 1, 2위를 기록했다. 주력 시장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신시장 진출이나 공동 M&A 등이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특정 국가 진출이나 특정 사업 추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 역시 “공동 지분투자나 M&A 시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MOU가 큰 효력을 발휘하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당 경쟁 지양과 상호 협력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각 금융그룹 별로 글로벌 전략과 시스템, 규정 등이 모두 다른데 그 차이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M&A를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오너십을 누가 가지느냐는 문제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두 그룹이 그리는 그림들이 각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서 양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어느 한 그룹이 특정 지역에서 국내 수준의 현지화에 성공했다면 다른 금융그룹이 해당 인프라를 이용하는 식의 협업이 가능할 건데 그 정도로 현지화된 시장은 아직 없다”며 “IB 등에 힘을 합치는 방식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굳이 MOU가 필요한 분야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가 주도하거나 국내 금융권 전체가 참여 했다면 과당 경쟁을 지양하기 위한 움직임이 바로 나타났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두 회사만 MOU를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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