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은행, 당국 DLF 과태료 결정···법정으로 끌고가
금감원 키코 배상 권고는 차일피일 미뤄져
“은행권, 금감원장 교체 기다리는 듯”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조치에 반기를 드는 은행들의 모습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와도 은행들은 이에 승복하기보다 법원 판단을 받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당국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은행에만 전가해 은행권 반발을 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당국의 위상이 금융권에서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우리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대한 금융당국의 과태료 부과가 적절치 않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나은행은 이의제기 신청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 DLF 관련 과태료에 대해 “해당 행정청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앞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월 25일 금융위로부터 DLF와 관련해 각각 168억원, 197억원의 과태료 부과를 통지받았다. 두 은행은 4월 초까지 과태료를 납부할 경우 전체 금액의 20%를 경감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이 시한을 넘기고 법적 다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두 은행의 과태료 이의제기로 당국의 과태료 부과 처분은 효력이 정지됐다. 

업계는 두 은행의 이의제기 신청이 예견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DLF와 관련해 하나·우리은행에 부과된 과태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당국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당국의 과태료를 받아들일 경우 DLF 사태의 모든 책임을 은행이 인정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DLF 사태가 터지기까지 은행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지난 2월 감사원이 금감원 감사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DLF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금감원의 금융기관감독 소홀이었음을 인정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신설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결국 은행들은 DLF 사태에 대한 금감원 책임 지적과 함께 현 과태료 부과가 적정한지 법원에서 따져봐야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특히 금감원이 DLF와 관련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각각 260억원, 23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정했지만 금융위가 이를 168억원, 197억원으로 내리면서 은행들은 과태료 금액도 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의 경우엔 금감원이 DLF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징계 처분에도 불복해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에서도 당국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재판을 통해 사안을 다퉈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며 “손 회장의 연임 직전에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더욱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는 DLF 외에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안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신한·우리·KDB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 키코 피해업체 배상을 권고했다. 금감원이 권고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키코 배상안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은행들은 결정 연장을 재차 요청했다. 연장을 요청한 은행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가 있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연장 이유를 밝혔다. 

업계에선 금감원장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최근에 교체설까지 나오면서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등에 강경한 입장인 가운데 업계와 소통이 불가능해 최근 사안들을 다음 원장까지 넘겨도 은행에 큰 손해가 아니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그 책임을 은행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은행이 다 잘못한 것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아 반발이 큰 것”이라며 “이런 반발은 계속 이어지면 금융당국의 위상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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