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P 확장 사례

tvN 목요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정 작가과 신원호 감독의 작품이다. ‘누가 여자 주인공의 남편일까?’를 물으며 시작했던 ‘응답하라’ 시리즈는 실제로 레트로 콘텐츠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었다. 그 당시 영화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첫사랑의 순수함을 이야기하며 흥행했고,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판매하던 90년대 추억의 주전부리 상품은 하루 500개가 모두 소진되는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그 순간의 기억들을 좇으며 레트로 콘텐츠를 소비해나갔다. 이후 ‘응답하라 1994’와 ‘1988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사람들은 레트로 콘텐츠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음악을 들으면, 향수를 더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 시간들의 음악을 잘 녹여냈고, 시청자들은 이 음악을 향유하며 레트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묘하게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첫 회를 시작했다. 사실 응답하라는 포맷이 동일한 드라마의 틀에서, 시대를 변화시켜 연작형태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선구적인 IP확장(혹은 포맷확장)의 사례로 볼 수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전작인 슬기로운 감방생활과 유사한 포맷형태를 띄게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마지막 한회를 앞둔 시청자의 입장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포맷확장에 가깝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매회 등장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과 주인공들이 직접 부른 OST, 그리고 채송화와 이익준, 그리고 안치홍의 삼각관계가 그렇다. 심지어 장겨울과 안정원의 러브관계도 시청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제2의 연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치홍+송화 주식, 겨울+정원 주식 등, 다양한 형태로 커플매칭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자기들만의 서사를 만들며 커플들의 당위성과 합리성을 찾아내는 중이다. 

이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찾기 게임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 시청자들이 에피소드에서 아주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지만, 빈 공간을 찾아 채워넣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기존의 기획자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끝까지 이 물음을 가져갈 예정으로 보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다양한 IP 확장이 가능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이기도 한데, 실제로 기존의 대학로 뮤지컬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 그리고 극 중 배우들이 직접 밴드를 연주하며 노래한다는 점등을 미루어볼 때, 차후 다른 미디어로 확장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대학로 연뮤덕들(연극+뮤지컬 덕후)에게는 반가운 까메오들도 자주 출연하는데 신창주 배우, 강정우 배우, 김연정 배우는 소극장 공연을 돌아본 연뮤덕들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일 것이다.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처럼, 덕잘알(덕후를 잘 아는 것)이 결국 덕후들을 양성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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