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불출석사유서 제출···다음달 1일 ‘궐석’으로 공판기일 열려

전두환씨가 지난 4월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두환씨가 지난 4월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89)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받게 됐다.

광주지법은 25일 “담당 재판부인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가 전씨 측의 피고인 불출석 신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불출석을 허가하더라도 피고인의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은 민사소송과 달리 피고인이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다만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해당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免訴)가 명백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사자명예훼손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 측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사건인 점을 들어 불출석 허가를 재판부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인정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그러나 전씨의 변호인은 지난 20일 법원에 불출석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씨는 재판장 변경 전에도 알츠하이머와 거동 불편 등을 이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 강원도 골프 회동과 권력찬탈의 시작인 12·12 기념 오찬이 포착돼 비판이 일었다.

◇ 회고록 주장은 허위···방대한 자료 많아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 신부를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기술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및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결과, 형사사건 수사·공판기록, 다수의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군의 기총소사를 확인하고 전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헬기사격을 목격한 47명의 증언을 들었으며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발포됐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라고 기재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도 확인했다. 또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계엄군의 광주 시민을 상대로 한 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확인한 사실도 전씨를 기소할 때 고려했다.

전씨가 받는 사자명예훼손 범죄(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된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자명예훼손 범죄는 고소권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로 친족 또는 자손의 고소가 전제돼야 한다.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2017년 4월 전씨를 고소했다.

앞서 전씨는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노태우씨와 함께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전씨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줄였고, 이 판결은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전씨를 특별 사면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했던 김동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실장과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관을 지낸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 방청석을 33석으로 줄이고 당일 오후 1시 10분부터 신분증 소지자에게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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