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생명,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 순이익이 연결실적 반영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펀드 손실에 별도보다 연결실적이 더 나빠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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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실적이 별도기준보다 악화된 증권사로 파악됐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증권은 연결기준 순이익이 별도기준보다 많은 증권사로 집계됐다.

이러한 연결-별도회계간 실적 격차는 투자펀드 및 투자조합, 해외법인 및 각 증권사별 지배구조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펀드 설정에 적극적이었던 증권사들은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악화로 연결실적이 부진했던 반면 알짜 자회사들을 거느린 증권사들은 이득을 봤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메리츠증권 '웃고', 한국투자증권 '울고'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1339억원, 별도기준 당기순손실이 561억원을 기록하며 연결-별도회계상 순이익 격차가 778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격차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연결회계는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종속회사'의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및 현금흐름 등을 묶어 단일경제 주체로 보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완전한 지배력이 아닌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관계회사'의 경우 해당기업의 이익을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지분법' 처리를 하고 보유지분이 20%미만으로 지배력을 끼칠 수 없는 경우에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고 평가차익을 실적에 계상한다. 이와 다르게 별도회계는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와 관련된 이익 등을 모두 배제하고 개별실적만 가지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본사는 561억원의 당기순손실에 그쳤으나 한국투자증권이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들이나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한 기업에서 그보다 큰 손실을 낸 셈이다. 키움증권, NH투자증권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보다 300억원이상 적었다.

반면 연결-별도회계상 격차가 424억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컸던 미래에셋대우는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071억원으로 별도기준 647억원보다 많았다. 메리츠증권 역시 별도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이 745억원에 그쳤으나 연결기준으로는 1023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증권은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과 다르게 연결기준 실적이 별도기준 실적보다 나았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는 평가한 증권사 실적 순위는 미래에셋대우가 1071억원으로 1위고 메리츠증권(1023억원)이 2위다. 대신증권(472억원), 하나금융투자(467억원), 신한금융투자(467억원)이 3~5위를 차지한다. 반면 별도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위는 메리츠증권이고 2위는 미래에셋대우다. 그 뒤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잇게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결기준으로 볼 때 회사의 재무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회사의 영업활동을 살펴볼 때는 별도기준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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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와 지배구조에 따라 '희비'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별도기준보다 778억원이 컸던 한국투자증권은 해외펀드가 연결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 ‘KIM Investment Fund’에서만 36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KIM Investment Fund는 한국투자증권이 2013년 11월 유럽 룩셈부르크에 설립한 해외펀드다. UCITS(유싯)이라 불리는 유럽의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유럽 이외 국가가 유럽 내에서 펀드를 팔기 위해서는 유럽내 국가에 펀드를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펀드를 ‘시카브(SICAV)펀드’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3월말 유럽 증시가 급락하면서 KIM Investment Fund 손실분이 한국투자증권 연결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현지법인에서도 17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케이만군도에 설립한 KIARA Hedge Fund에서도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기록됐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56억원의 이득을 봤다.

키움증권 역시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는 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별도기준으로는 4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연결회계에 포함되는 펀드 및 투자조합에서 3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별도기준으로 687억원, 연결기준으로 8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는 311억원의 당기순이익에 그쳤지만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으로 625억원을 냈다. NH투자증권은 100% 자회사인 NH헤지자산운용에서 3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 연결실적에 부담이 됐다.

이와 달리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연결기준 순이익이 별도기준보다 많았는데 각 증권사의 지배구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100%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이 1분기에 2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 산하에 있던 메리츠캐피탈을 2016년말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메리츠캐피탈은 매분기마다 200억원대 중반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메리츠증권의 연결실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생명 지분 22.01%를 보유하고 있어 미래에셋생명 순이익 일부가 지분법으로 반영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1분기에 3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법인 역시 442억원의 세전순이익을 내며서 미래에셋대우 연결실적에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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