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로드샵 원브랜드샵 줄이고 편집샵으로 다변화
현대·신세계百, 자체 브랜드 제작···차별화로 승부수

눙크 이화여대점. / 사진=에이블씨앤씨
눙크 이화여대점. / 사진=에이블씨앤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유통업계가 ‘K뷰티’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K뷰티는 크게 모든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편집숍과 한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원브랜드숍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K뷰티의 핵심이 ‘차별화’로 기울면서 너도나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K뷰티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원브랜드를 맡은 1세대 로드샵의 몰락

K뷰티 시작엔 1세대 로드샵(미샤·더페이스샵·에뛰드 등)이 있다. 한 브랜드의 제품을 팔며 개성을 중시했던 1세대 로드샵은 이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그 형태가 하고 있다. 일부 로드샵은 타사 제품까지 판매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기존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에뛰드·더페이스샵 등 매장을 여러 자사 브랜드로 채운 편집샵에 들이고 있다. 여러 취향을 가진 고객들이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여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식 편집숍 아리따움을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한 아리따움 라이브를 지난해 9월부터 선보이고 있고, LG생활건강은 로드샵 브랜드 더페이스샵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멀티숍 네이처컬렉션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헬스앤뷰티(H&B)스토어와 비대면 쇼핑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로드샵의 입지가 좁아든 탓이다. 일각에서 1세대 로드샵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설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1세대 로드샵 업체들의 실적은 중국의 한한령 이후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가 내려진 지난 2016년 로드샵 화장품 시장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1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보고 사야한다는 인식이 바뀌면서 화장품 업계도 비대면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면서 “비효율적인 오프라인 원브랜드샵 규모를 줄이고 편집숍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론칭한 오노마 에센스. / 사진=신세계백화점

◇꾸준한 성장세 K뷰티에 등장한 백화점 브랜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뷰티 시장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K뷰티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제는 화장품 구매 큰 손으로 불리는 해외 관광객들, 중국 보따리상(代工·대리구매상) 등도 차별화된 상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별화된 상품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현대·신세계백화점이 그 경쟁전에 참여하는 모양새다. 우선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기업 한섬을 통해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약 100억원에 인수했다. 한섬은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후 색조 화장품, 향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섬이 패션 외의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 역시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onoma)를 선보인다. 신세계는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이뤘던 전력에 비춰 신세계만의 유통·브랜딩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업계가 K뷰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차별화다. 또 백화점은 자체 유통망이 탄탄해 사업을 쉽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부분 자체 온라인 몰을 구축하고 있어 온라인 배송에도 큰 지장이 없다. 이에 어떤 산업에 진출하더라도 제품만 있으면 고객 접점을 넓히기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화장품 산업에서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 성공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예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6년 업계 최초 자제 화장품 엘엔코스를 론칭했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제작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도 좋다"면서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져 차별화된 자체 브랜드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자체 제작 브랜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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