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 재정건전성 우려에 “실물경제 위축. 더 과감한 재정 역할 필요”
“재정확대로 성장률 높여 건전성 회복”
모두발언서 증세 거론 안 해···7월 세법개정안 전 당정청 협의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등에 따른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더 과감한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증세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 거론을 하지 않았다.

증세 여부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 전 당정청 협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은 일각의 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재정 지출 속도 필요 주장에 대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재정이 경제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에서 고용안전망 및 사회안전망 확충, 위기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적극적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1,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위기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며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전시재정이라는 발언을 하며 재정확대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 세계 170개 이상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항공 관광 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고용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하지만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올해 제3차 추경안과 내년 예산안 편성,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 대통령 모두발언 ‘증세’ 거론 없어···7월 세법개정안 관련 당정협의 주목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에는 재정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법으로 ‘증세’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해내가야 한다”며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특히 내년 세입 여건도 녹록치 않을 것을 감안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재정확대를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에서 그쳤다.

대통령 모두발언 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구체적 재원 방안 등이 논의됐는지는 현재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고령화 등 경제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증세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증세는 지금 당장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어렵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복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다수 전망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 재정수입도 확대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세를 할 경우 오는 7월말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담길 지가 관심인데 아직 당정청은 이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증세가 공식적으로 검토되지는 않고 있다”며 “일부 기관이나 개인 차원에서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 여론 수렴과 당정청 의견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 전에 개정 내용에 대해 당정협의를 해야 한다. 여기서 증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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