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펀드 이어 라임펀드도 선제적 보상 논의
금감원 “사적 화해의 경우 선보상 가능”
“사적 화해 압박은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

사진=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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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선제보상에 나서고 있다. 앞서 논란이 일었던 해외 투자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투자원금 중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라임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를 선보상하고, 펀드 평가액의 75%를 가지급하는 선제적 보상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투자자들의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투자금의 50%까지 선보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기업은행은 150억원가량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투자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4일 이탈리아 헬스케어(보건) 사모펀드의 손실이 예상되자 해당 사모펀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금으로 선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선제적 보상 방안을 확정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선지급 비율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피해 보상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단계”라며 “아직 선지급 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선제적 보상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0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권에서 배임 이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적 화해에 의해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의 선보상에 대해 배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단체 및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금융사에게 사적 조정을 압박하면서 정작 감독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에 대해서는 한 발 빼는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의 잘못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면 금융당국이 직접 실태를 파악을 통해 잘잘못을 명확히 가리고 그에 따른 제재를 결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금융사와 투자자 간 사적 해결을 조장하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책임 회피이자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선보상보다는 금융당국이 주체가 돼서 실태를 명확히 밝히고 제재를 함으로써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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