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수적인 공교육이 문제 원인”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교사들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교사들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원격교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생들의 일상에 들어왔지만 공교육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는 수준은 낮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거세다.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교육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진데 반해 공교육 현장에선 교육 콘텐츠 완성도가 낮아 대안 교육으로 자리잡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이고 보수적인 공교육 시장이 콘텐츠와 혁신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임아무개(38)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다. 개학 시기가 다가오면서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온라인 개학으로 우려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씨는 온라인 개학이 앞으로도 이어지는 데는 반대한다. 

그는 “그동안 온라인 개강 덕분에 코로나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는 덜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온라인 수업 준비가 너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온라인 수업이라도 수업의 질을 높여야지, 과제만 잔뜩 내주는 데 불만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 하루빨리 교육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학부모 5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만을 표한 학부모들(17%)은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스스로 적절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60%), ’교육 콘텐츠에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27.7%)을 그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선 온라인 개학에 대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 간 편차와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 또는 각 교육청이 주관해 학년별 공통 콘텐츠를 개발해 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학부모 불만의 원인으로 보수적인 교육환경에 따른 다양성 부족을 꼽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안정적인 시스템을 공급하는 역량에 집중한 나머지 콘텐츠 질 향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지은 한양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단연 교육부다. 공교육 시장은 교육부가 검증하고 선택한 학습자원을 하향식 방식으로 학교에 배포하는 구조다”며 “교육부 심사를 거친 콘텐츠와 시스템은 안정성은 갖췄지만 학교·학생 수준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콘텐츠를 교육현장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에듀테크를 산업으로 육성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에 원격교육에 대한 이같은 불만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원격교육은 입시 위주 ‘인터넷강의’ 중심으로만 발전해 공교육 자체를 강화하는데 역부족이란 평가다. 

김현주 명지전문대학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보수적인 공교육 방식이다.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며 에듀테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금하고 있는 교육을 기술적인 요소만 가미해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에듀테크가 돼야 본질적인 에듀테크로서 기능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수년 전부터 예견하던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겨지고 있다”며 “더 이상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며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지식 전달의 조력자이고 제대로 된 지식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고 학교는 나눔과 공유를 배우는 사회적 학습의 장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기관은 현장 반응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이 학부모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은 파악하고 있다.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공부분 특성상 상황이 생기고 예산이 수반되고 그 이후 집행하는 형태를 거치기 때문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우처 제도 등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3차 추경안 예산 편성 등은 국회 내에서 협의 과정이 필요한 내용이라 자세한 부분은 알 수 없다”며 “이제 막 TF 첫 킥오프 미팅만을 마쳤을 뿐이라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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