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폭력사태 해고노동자 복직 선제돼야”···현대重 “임금협상과 별개사안”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 노조가 당초 주총장이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갔을 당시. /사진=김도현 기자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 노조가 당초 주총장이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갔을 당시. /사진=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사태해결 실마리가 쉽사리 보이지 않은 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벌써 1년 째 이어지는 임금협상 파업과 분규로 인해 회사 안팎의 우려 또한 커지는데, 파업의 쟁점으로 임금보다 오히려 복직이 쟁점이 되는 양상이다. 

오는 28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오후 1시부터 4시간동안 파업이 실시될 예정인데, 지난 3월 20일 2시간 실시한 파업에 이어 금년 두 번째다. 파업의 표면적 이유는 임금협상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해 1년 넘게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 기간 동안 노사는 총 57차례 교섭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사측과 노동권 신장을 요구하는 노조의 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1년 넘게 이처럼 진전이 없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사실 상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임금협상과 관련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게 아니라 쟁점이 따로 있다는 의미다.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배경은 지난해 5월 31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 때문이었다. 이날 주총에서의 의결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신설법인의 사명을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존속법인 현대중공업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이라 변경했다. 한국조선해양 아래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구조였다.

노조는 이를 반대했다. 법인분할의 목적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전초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주총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예정된 주총 시간에 이르기까지 점거를 풀치 않자, 현대중공업은 법원의 재가 아래 ‘주총장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조합원이 폭력문제를 일으켰고, 현대중공업은 이들을 해고했다. 이후 노조는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조합원 4명의 복직을 주장했다. 임금협상 역시 이들의 복직이 선제돼야 임하겠다는 자세다. 현대중공업 측은 임금협상과 조합원복직 등은 다른 사안이므로 개별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구 중이다.

이 같은 입장차는 조금의 흔들림 없이 1년이 흐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노조를 향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경제계 전반에 위기감이 도래한 가운데 대부분의 노조들이 회사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 지도부를 향한 원성까지 고조됐다. 지난 12일 한 조합원이 노조게시판에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야 성과금을 볼모로 복직문제에 목숨을 거느냐”는 내용의 글이 게제되면서 내부적으로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조원은 “올 들어서만 네 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는데, 이 같은 사망사고보다 복직문제에 더욱 열을 내는 것 같다”며 지도부를 향한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전히 노사의 입장은 1년 전과 변함이 없어 보인다. 노조 측은 조합원 복직이 선제적으로 약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회사 측은 해당 현안과는 별건이므로 지난해 임금교섭부터 마무리 짓자는 자세를 견지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유지 중인 것과 관련해 제조업계 모 기업 노조 관계자는 “서로 다양한 견해와 입장차이가 있는 노조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지도부는 선출되는데, 후보자들은 여러 계파를 대표해 출마하며 각 후보와 해당 계파들은 노동자 권리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들을 제시하며 구성원들로부터 평가를 얻어낸다”며 “결국 선택받은 후보는 동일한 계파를 중심으로 노조 지도부를 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자연히 구성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던 노조의 철학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띠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 내부에서도 자연히 반대급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결국 노조역시 개인과 개인이 모여 구성되는 만큼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외치기 쉽지 않으며, 내부의 지적에도 현행 노조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의미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역·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어내야 노조활동에도 힘이 실린다”면서 “노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해 잡음을 줄이고, 코로나19 등 전체적인 국가상황 등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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