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유증 통해 항공기 유류대금 348억원 및 인건비 720억원 자금 마련
에어부산도 대규모 자본 확충 가능성···정부 지원 기준 두고 업계 비판 이어져

저비용항공사 부채비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비용항공사(LCC)가 스스로 자금 조달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시기가 늦어지고 있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수혜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기준으로 ‘총차입금 5000억원’을 제시했는데, 업계에선 저비용항공사(LCC)가 충족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1699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우리사주조합에 20%, 구주주에 80%가 배정된다. 납입일은 7월22일이다.

제주항공은 1분기 10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분기 실적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제주항공은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운영용으로 쓸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 측은 1699억원의 자금 중 1021억원을 항공기 유류대금과 인건비로 사용한다.

제주항공은 보유 및 리스로 45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7월에 유증을 끝내고 8월부터 11월까지 유류대금에 348억원, 8월부터 12월까지 인건비에 7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인건비 계산을 두고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휴직 비중을 감안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측은 실제 모집금액이 계획한 금액보다 낮을 경우 자체 보유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1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79억원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자금 조달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전날 금융차입을 통해 단기차입금을 190억원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차입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 3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에어부산은 내달 자금 조달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6월15일 정관 변경(발행 주식 총수 한도 관련)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에어부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에어부산이 발행 가능한 주식총수 한도는 보통주 1억주다. 이 중 지난해 말 기준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5207만주다. 추가 발행에 여유가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여유가 있음에도 한도를 늘리는 것을 두고 에어부산의 대규모 자본 확충을 예상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연이은 자구책을 두고 정부 지원과 엮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지원이 불투명해지자 항공사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기간산업기금 지원 기준으로 ‘총차입금 5000억원’을 제시했다. 저비용항공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각 항공사의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제주항공 1484억원 ▲진에어 300억원 ▲에어부산 300억원 ▲티웨이항공 65억원 등이다. 차입금에 항공기 리스 부채를 더한다고 가정하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만 기준에 부합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원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기준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높은 기준을 잡아두고 지원이라는 단어를 쓰면 참 당황스럽다”면서 “기간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라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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