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소비지출 전년 대비 6% 줄어···소득도 3.7% 증가에 그쳐
통계청장 “소비지출 급감폭 외환위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3월 전국 가구(2인 이상)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다. 이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항목별로는 음식·숙박(-11.2%), 오락·문화(-25.6%), 교육(-26.3%), 의류·신발(-28.0%) 등에서 감소했다.

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전년 보다 10.5% 늘었다. 마스크 구입 등으로 보건 지출도 9.9% 증가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년 4분기에 비해 다음연도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전년 4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해 이전 시계열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소비지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8년이나 2008년의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층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은 148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줄었다. 이 역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폭 감소다. 반면 5분위 가계 소비지출은 월평균 486만6000원으로 지난해 보다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는 가계 소득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7%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352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346만6000원보다 1.8% 늘었지만 취업자 감소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사업소득은 93만8000원으로 전년 분기 91만8000원보다 2.2% 늘며 6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다만 이는 배우자와 기타 가구원 사업소득이 늘어난 영향으로 가구주(가장)의 사업소득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사업 소득이 급락했다. 4분기(소득 상위 20~40%)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2.3% 급감했고 5분위(소득 상위 0~20%) 사업소득도 1.3% 줄었다.

소득 중하위측인 1~3분위의 근로소득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5%, 4.2% 줄었다. 1~3분위 근로소득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의 1분기 근로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149만9000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강 청장은 “소득 부문에서도 일자리 사정의 어려움, 사업소득의 감소 또는 증가세가 멈추는 현상들이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본다”면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고용 부문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 가구에서 낮게 나타난 게 전체적인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데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소득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동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일부 항목의 지출수준이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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