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건 법률안 20일 본회의서 처리···행정 합리화·생활밀착형 법안 등 통과
고용보험·취업촉진법·‘n번방’ 재발방지 등 법안도 무리 없이 국회 문턱 넘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여전한 논란···법안처리율 37.8%, ‘역대 최악의 국회’ 오명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지난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33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 과거사법, ‘코로나19 사태’ 대응법 등을 포함해 일부 민생경제법안들도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다만 20대 국회는 총 2만4139건의 발의 법안 중 9119건 밖에 처리하지 못하며,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은 37.8%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중에는 행정의 합리성과 간편성 등을 제고하기 위한 법안들이 포함됐다.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공동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데이터통합관리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데이터기반 행정을 활성화해 행정의 책임성, 대응성, 신뢰성 등을 향상시키는 내용도 명시됐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자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기존 법안을 정리했다.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과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볼 수 있는 요건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인전자문서중계자도 인증제로 변경해 신규 진입장벽을 완화했다.

특히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않도록 하고, 전자문서의 송·수신시기가 다른 경우 ‘전자문서를 수신할 수 있는 정보처리시스템으로 전송한 때’ 해당 문서가 송신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공인전자문서센터에 전자화문서가 보관된 경우 전자화대상문서의 폐기근거도 구체화해 명시했다.

잦은 민원과 사고 등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화물자동차의 불법주차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공영차고지 설치를 의무화했다. 현행법에도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공영차고지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영차고지 설치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따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항공화물의 운송을 위한 공항시설 등이 설치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영차고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고, 공영주차장 건설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받는 대상에 공공기관·지방공사를 추가했다.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도시철도운송사업자의 운임 및 도시철도운송약관의 신고, 도시철도운송사업계획의 변경의 신고, 사업의 휴업·폐업 및 재개의 신고 등이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는 등 신고 민원 처리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이를 통해 관련 민원의 투명하고 신속한 처리, 일선 행정기관의 적극행정 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허권 침해 행위, 공인인증서 독점 등 논란이 돼 왔던 문제를 최소화하는 법안들도 처리됐다.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현재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한도로 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 부분을 특허권자가 침해자의 침해행위로 인한 이익액 전부에 대해 반환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봤다.

현행법은 특허권자의 생산능력을 한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침해자가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침해가 확인된 후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었다.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민간의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기술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고, 전자서명 제도가 ‘국가 위주’에서 ‘민간 위주’로 개편됨으로써 산업 경쟁력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민생관련 법안들도 다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처리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개인채무자의 채무총액 산정기준시점을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당시로 명확히 규정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묵시적 계약갱신거절의 통지기간을 현행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에서 ‘2개월 전까지’로 단축했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신청인으로부터 조정신청을 접수한 경우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조정 당사자가 조정 성립을 위한 수락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기간을 조정안 통지 후 7일에서 14일로 연장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본회의 전 쟁점이 됐던 고용보험, 취업촉진법 등도 개정·신설됐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 고용보험료 징수 등이 가능하도록 구체적 조문을 추가했다.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도 예술인의 개념, 구직급여 요건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예술인이 출산, 유산·사산을 이유로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출산전후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명시했다.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가 근로능력과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취업을 하지 못한 국민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저소득 가구의 구직자에 대해서는 구직기간 동안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구직촉진수당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취업지원 수급 요건, 취업지원 수급자격, 취업지원서비스 내용, 구직촉진수당, 구직촉진수당 등의 부정수급자에 대한 제재 등의 세부적인 내용도 함께 담았다.

이밖에도 본회의에서는 유한책임회사의 상호의 가등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생명분야 빅데이터 국가적 생산, 관리 및 활용을 위한 ‘초고성능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출퇴근재해 소급보상 조항을 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버스 운전인력 양성 지원을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초경량비행장치 소유 국가기관 등의 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하는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처리됐다.

또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도 부과하고, 유통방지 조치 또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일부 기간통신사업자의 서비스별 요금 등에 관한 이용약관에 대해 인가제로 운영하던 것을 신고제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신고제로 전환되면 통신사들이 요금제 등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개정안에 부당한 요금제 등이 인정될 경우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를 끝으로 문을 닫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어졌다. ‘사상 최악의 국회’로 비판받던 19대 국회보다 3.9%p 낮은 37.8%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하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정부의 조기출범 등 외부적 요인들도 존재했지만, 여야가 정쟁에만 함몰돼 입법기관의 기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