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세대 분양에 수십만명 몰려
브랜드 홍보효과는 물론, 청약위한 가입으로 분양 관심고객 개인정보 확보 용이

못난이 매물로 적체물량이 될 수 있는 줍줍세대가 되레 홍보효과를 가져오며 건설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못난이 매물로 적체물량이 될 수 있는 줍줍세대가 되레 홍보효과를 가져오며 건설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정상적인 분양을 마감하고 남게 된 잔여세대 분양이 건설사들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잔여세대 분양은 일반분양 대비 상대적으로 청약 요건이 완화된 덕에 수만 명이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 입소문이 나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루 전인 지난 20일 대림산업이 서울 성수동에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잔여세대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 청약에 몰린 것이다. 전용 97㎡ B타입은 1가구 모집에 21만5085명이 몰려 최고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159㎡A(1가구) 3만4959명, 198㎡(1가구) 1만4581명이 각각 신청했다. 특히 해당 분양은 한국감정원 청약홈이 아니라 대림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진행됐는데, 청약이 시작되는 전일 오전 9시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하며 다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 타입 모두 분양물량 모두 분양가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여서 중도금 대출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년 1월 입주가 임박한 일정으로 최소 3억5000만 원은 직접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당첨을 원하는 22만 명이 넘는 청약자 중 다수는 ’일단 되고 보자’는  묻지마 마음가짐으로 청약에 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용 97㎡ B타입은 7층으로 한강뷰가 불가능 할 수 있는 이른바 못난이 매물임에도 수요자가 가장 몰린 점도 눈길을 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줍줍 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이룬 건 대림산업 뿐 만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분양한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 잔여세대 50가구 모집에 대해 이달 초 재공급에 나섰고 5만8763명이 운집했다. 수천 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송도는 최근까지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수요가 몰렸던 만큼 서울, 경기권에 있는 19세 이상의 상당수는 줍줍 청약에 관심을 가지며 정보를 주고받았다. GS건설 역시 지난 19일 대구 청라힐스자이 미계약분 2세대를 위해 줍줍을 진행했는데, 4만3645명이 몰렸다.

정당계약을 마치고도 소진되지 못한 미계약 잔여세대는 향(向)이나 층이 비 선호되는 이른바 못난이 매물이 많다. 재고물량이나 다름없는 만큼 잔여세대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수정작업으로 청약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져 청약자격이 미달되는 이들이 줍줍시장에 몰리며 주택시장에서는 본선보다 더 뜨거운 관전포인트가 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 사업장은 모두 청약홈이 아닌 자사 사이트에서 청약을 진행했다. 건설사들은 청약가입으로 분양 관심고객 개인정보를 수십만 건 챙길 수 있는데다, 자사 브랜드 홍보효과까지 누리게 되니 매우 이득인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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