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고령화 상황서 재정지출 위한 세원 확대 인식
전문가들 “국채론 지속성 없어. 증세 불가피”
수용성 중요, “7월 개편안 실제 적용은 2년 후”···“기업·국민 여건 고려해야” 의견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대표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극복과 고령화 등에 따른 재원 마련과 관련해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증세안이 담길지 주목 받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오는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재정 악화 대책을 논의한다. 여기서 당정청은 코로나19 극복과 고령화 등에 따른 재정 확대를 뒷받침 할 재원 마련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충격을 키운 경제 위기에서 기업과 국민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로 복지 지출도 늘어가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에 재정 확대를 권고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 건강보험 등 복지 제도에 대해 시민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근 KBS와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 이상이 사회보험 확대를 원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소득 감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예산 조정과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주요국들에 비해 재정여력이 크다. ‘2018년도 일반정부 부채 및 공공부문 부채’에 따르면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4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9.2%에 비해 절반 이상 낮다.

다만 재정 확대를 지속하고 재정건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는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0일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증세는 지금 당장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어렵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복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다수 전망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 재정수입도 확대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아태지역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국은 정부 지출과 재정수입을 동시에 늘려야 한다. 수입 증가 없이는 10년 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한다”고 했다. 복지 지출 확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여당, 7월 세법개정안에 증세 담나 주목

결국 정부 여당이 7월말 발표되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증세를 할 지가 관건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와 재정 확대라는 상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증세로 이어질지, 어떤 세목의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실시한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5조5000억원 규모 증세했다. 2018년에는 2조5000억원 규모 줄였고, 2019년은 현행 유지 수준이었다.

21일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의장)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정확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며 “기재부가 아닌 정권 차원에서 이를 결단해 7월 세법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 이 때 반영하더라도 실제 적용은 1~2년 후이므로 현재 당장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당년 세법개정안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경우 2년 후에 적용된다. 다른 세목도 최소 1년 후 적용된다.

그러나 당장 세법개정안 적용이 안 되더라도 증세를 부담스러워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앞서 KBS와 서울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피해 지원 확대에는 긍정적 답변이 많았으나 세금을 더 내겠냐는 질문에 절반은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수 확대 방안으로 세원 저변 확대,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구간 조정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소득세는 최고 세율을 높이기보다 세율 구간을 조정해 세원을 늘리는 것이 좋다. 비과세와 감면은 축소해야 한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로 세율 구간 조정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보유세도 인상해야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세를 하지 않고 재정을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기존에 고세율 파트는 증세가 어렵다. 각종 비과세와 감면을 축소하는 등 세금 저변을 확대해야한다”고 했다.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적용 시기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의 재정 투입 상황에서 증세는 피할 수 없다”며 “다만 증세 적용 시기가 중요하다. 올해 세법개정안 적용이 1~2년 후라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투자 시 향후 3~5년 뒤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복지에만 쓰는 세금인 ‘사회복지세’를 도입해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 복지를 확대하자고 했다. 사회복지세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액에 20%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증세 방향성은 21대 거대여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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