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노조 “노사, 임금 삭감 전제로 한 인력감축 최소화 동의했으나 제주항공이 방해”
2분기도 대규모 적자 예상되는 제주항공···“인수 후 부담 최소화 원할 것”

2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시사저널e
2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사진=시사저널e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진행 방식을 두고 노사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일반적인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고, 직원들은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해달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제주항공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이스타항공 직원들과 함께 이날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신준섭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은 “노사 고통분담으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힘겨루기로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측은 이날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난 8일 노사가 임금 삭감(25~35%)을 전제로 추가적인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겠다고 노사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제주항공 측이 체불 임금 등 약 200억원에 대한 해결을 요구해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고용 유지에 노사가 합의했으나 제주항공 측이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매각 예상가는 695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 3월2일 양사는 예상 가격보다 150억원 낮은 545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식매매 대금 545억원 지급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항공 측이 지난달 28일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주식 취득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의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여전히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해외 기업결합심사는 인수 지연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라고 분석한다. 핵심은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방식 및 인수 후 부담 줄이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만일 구조조정 방식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들이 요구하는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고용유지’로 가닥 잡힐 경우 제주항공 측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코로나19로 인해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 희망 퇴직 인원을 제외한 전체 인원을 품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업계 상황이 개선되면 위 인원들에 대한 임금 인상도 불가피한데, 현실적으로 제주항공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제주항공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0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액은 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본격적인 비운항 시점이 2월 이후였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도 1분기와 비슷하거나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후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앞서 정부는 기간산업 안정 기금 지원 조건으로 고용유지를 내걸었다. 이 때문에 인수 후 구조조정 시 제주항공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사측에 대한 사회보험료 횡령 고소 및 고발장도 공개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2월, 직원들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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