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34달러 육박···브렌트유도 상승 흐름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 반영 돼
올해 말 수요가 공급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와
코로나19의 재확산시 투자 심리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한 달 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배럴 당 30달러를 넘어서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주요국들의 경제 봉쇄 해제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에 실제 미국에서 원유 재고 감소가 나온 것이 투자 심리를 반전시킨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수요 바닥 쳤다?···유가 ‘마이너스→30달러’로 반전

20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4.8%(1.53달러) 상승한 3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3월 10일(34.36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4.8%(1.53달러) 상승한 3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20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4.8%(1.53달러) 상승한 3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지난달만 하더라도 국제 유가의 이 같은 회복세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국제 유가가 극심한 수요 부족 우려에 약세를 보인 까닭이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5월 인도분 WTI 가격이 -37.63달러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유 판매자가 되레 돈을 주고 물건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6월물 가격도 영향을 받으면서 배럴당 10달러 선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이달 들어서는 국제 유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종가 기준으로 WTI는 이달 4일 약 한 달 만에 배럴당 20달러 선을 회복한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배럴당 30달러 선마저 넘겼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가격 역시 지난 4월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졌다가 이달 들어 견조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이달 20일 장중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의 상승 흐름 배경에는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에는 주요국들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심지어 지난달 12일에 나온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10개 산유국 연합)의 감산 합의 소식도 유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그러다 이달 미국 50개주 모두 경제 재개를 발표하고 유럽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봉쇄 정책을 완화하면서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가 높아졌다. 여기에 원유 최대 수요 국가이자 일찌감치 코로나19 봉쇄를 푼 중국에서도 수요 회복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원유 수요량이 일평균 1300만배럴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공급 측면에서 나온 소식도 국제 유가의 반등을 이끈 요인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 원유 재고가 2주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상업 원유 재고는 5억2650만배럴로 전주 대비 약 500만배럴 감소했다. 당초 원유 재고가 18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는 다른 결과였다. 미국 상업 원유 재고는 전주에도 75만배럴 감소하며 16주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바 있다.

◇ ‘올해 말이면 수요 회복’···‘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는 여전’ 의견도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에 대한 전망도 이전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올해 말이 되면 원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시각을 지닌 애널리스트가 많아지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미국 자문사 에버코어(Evercore)의 더그 테러슨 애널리스트는 “당장 올해 2분기는 힘들지만 그 이후에는 공급과 재고를 초과하는 ‘조류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유가의 점진적인 상승을 예측하는 증권사가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산유국 감산과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수요회복으로 점차 수급균형을 이뤄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내다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수요 바닥을 확인하며 최악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며 올해 WTI의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나타날 경우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시금 원유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에 따르면 이미 봉쇄정책을 해제한 17개 주에서 최근 1주일 새 하루 평균 신규 환자가 10% 이상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인데 경제 재개에 나섰던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19일 신규 확진자 수가 813명으로 하루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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