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금속노조에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기자회견 개최
“경차 시장 한계 분명···10만대 파는 시장에 10만대 추가 생산은 어불성설”

21일 서울 금속노조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21일 서울 금속노조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사진 가운데)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이상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지부장이 정부에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광주형 일자리는 인기몰이에 급급한 정부가 내세우는 보기 좋은 허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수 지부장은 21일 서울 금속노조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하는 차량은 1000cc 경차인데, 이 시장은 10만대 규모에 불과하다”며 “10만대 규모 경차 시장에 10만대를 생산하는 것은 공급과잉을 불러일으킬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차 공급과잉은 결국 스파크와 티볼리, 레이, 모닝을 생산하는 다른 국내 공장에 악영향을 미쳐 공멸을 앞당길 뿐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외에도 반값 임금의 광주형 일자리는 저임금 기조를 유도해 전 산업 노동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구조로 바뀌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경우 현대차에서 개발해야 하는데, 자동차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이 분산되는 것은 현대차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광주시와 현대차, 부품사 등 37개사는 7000억원을 투입해 ‘광주글로벌코터스’를 합작 설립했다. 광주 빛그린 산단내 62만8000㎡ 부지에 지난해 12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연간 10만대 양산이 목표다. 내년 2월 시운전과 4월 시험 생산을 거쳐 2021년 9월 완성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부장 뿐 아니라 기아차, 한국GM 노조 위원장들도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최종태 기아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자동차가 과잉생산 됐으며, 친환경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경차 생산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라며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존 자동차 기업들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데 새로 공장을 늘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성갑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경차의 경우 인도나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자체 개발·생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전세계적으로 SUV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GM도 수익성 문제로 경차는 포기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노조 관계자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 3권을 제약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며, 노동법을 전면 부정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법이 지켜져야 하는데 광주형 일자리에는 노동법 보장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반값으로 고용을 늘린다는데 동의하는 노동자가 어디 있겠느냐. 저임금으로는 결국 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으며, 결국 노동강도가 높아질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한다면 결국 그동안 국내 자동차산업이 고비용·저효율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게 되는 꼴”이라며 “노조는 이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자동차 공장은 한국GM 군산공장으로 1997년에 지어졌다”며 “내년에 새로 짓는 광주 공장은 최신 설비를 통해 효율성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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