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시 운전면허 정지 등 내용 포함···21대 국회서 더 강한 제재 조치 마련 가능성 높아져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를 제재하는 내용이 포함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강화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무자를 형사처벌하고,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뒤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代)지급 제도를 도입하는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재석 158인 전원 찬성으로 양육비 이행강화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앞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면서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여가부 장관은 지방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요청하려면 비양육부모가 가사소송법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야 하며,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결정도 거쳐야 한다. 단 자동차를 생계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제외된다.

개정안은 또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긴급 지원한 경우,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신용 정보 및 보험 정보를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은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아동의 복리가 위태로운 경우, 정부가 먼저 아동 1인당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양육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사후에 양육비 채무자에게 징수하는 제도다. 양육비 채무자가 긴급지원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감치집행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 지원반을 구성·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양육비 전용계좌 개설 등 필요한 조치에 대한 양육비 채권자의 협조 의무가 신설됐다.

개정 법률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번 법률 개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부모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적 제재로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양육비 이행이 단순 사인 간 채권·채무가 아니라 아동의 생존권 보장과 복리 실현을 위한 국가의 책무임을 확인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 행정적 제재 넘어 형사처벌, 대(代)지급제 도입 가능성 높여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두 개정안의 ‘대안’이다. 발의된 개정안에는 보다 강력한 채무자 제재 방안이 담겼었다. ▲채무자 출국금지 ▲채무자 인적사항 공개 ▲채무자 형사처벌 등이 대표적이다.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내용들이 빠졌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이번에 제외된 양육비 이행강화 내용들이 추가로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되었고, 국회 내에서도 아동의 빈곤을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법적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적 제재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양육비 해결 시민단체들은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아동복지법상 처벌규정을 두거나, 양육비 이행강화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그동안 관련 부처에서 반대 의사로 어려움이 많았던 운전면허 제재 방안이 결국 국회에서 통과됐다. 전향적인 변화다”며 “이는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양육비 채무자에게 강제적 규제가 필요하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다수도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형사처벌 입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강제력 있는 양육비 이행 방안들에 대한 합의 가능성 또한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개정안에서 양육비 채무자가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액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대지급 제도의 ‘초석’으로 볼 수 있다. 대지급 제도는 국가가 양육비를 선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대지급 제도가 운용되면 한 부모 가족 및 아동의 빈곤을 즉각적으로 예방하고 지속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가재정이 양육비에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 대표는 “가결된 개정안은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제도로 지급된 긴급지원액에 대해 국가가 채무자에게 강제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시한을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로 늘리고 한도액도 조정이 된다면 그 자체가 대지급제도가 된다”며 “대지급제도로 가는 물꼬가 트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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