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신업계 “인상 우려 기우···서비스 다양화 기대”
시민단체 “유보신고제 실효성 의문···심사 내용 구체화해야”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졸속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졸속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통신요금 인가제(요금인가제)가 30년 만에 폐지된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요금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 출시도 가능해졌다며 반색하는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판했다.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요금인가제란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로서 1991년에 도입됐다. 당시 모든 통신사업자가 인가를 받도록 했던 조항은 점차 완화돼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의 경우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와 약관 변동이 인가 대상이다. 요금을 인하하거나 1위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된다.

개정안은 통신요금 인가를 ‘유보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유보신고제로 바뀌면 SK텔레콤은 새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만 하고 출시할 수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신고 후 15일 동안 요금제를 심사해 문제가 우려될 경우 이를 반려할 수 있다.

요금인가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인가제 폐지를 반대해왔다. 정부가 이동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제 출시를 견제할 수 있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이동통신3사가 담합해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통신업계는 요금 인가제가 아예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유보신고제로 바뀌는 만큼 급격한 요금인상 우려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오히려 시장 경쟁을 통해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가제는 폐지되지만 정부가 여전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급격한 요금인상 등을 반려할 수 있는 제어 수단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객 유치 유인을 고려했을 때 통신사가 요금을 쉽게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업계 전반의 요금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15일간 심사를 통해 요금 인상 우려가 있으면 반려할 수 있다”며 “자유경쟁체제로 가면 요금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작년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만으로 5G 요금제를 출시하려 할 때 과기정통부가 이를 반려하고 5만원대 요금제를 신설하게 했다. 이 부분은 요금인가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인가제 폐지를 규탄했다.

이어 “그나마 인가심의자문위원회를 통해 요금의 적정성 등을 심의해왔던 인가제도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면서도 졸속으로 심사되기 일쑤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유보신고제 또한 사실상 실효성 없는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유보신고제는 요금인가제와 비교해 심사 서류가 적고 심사 내용도 ‘소비자 이익을 크게 침해한 경우’ ‘시장 경쟁성 크게 저해한 경우’ 두 가지로 명시돼 있어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를 누가 평가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구체화해 요금인가제 수준까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가 단말기 구매 시 보조금을 받는데, 여기에는 제조사에서 주는 보조금과 불법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통신사는 소비자가 실제 단말기 보조금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출고가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보조금 규모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분리공시제(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제조사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