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와 수출 큰 폭으로 위축"
다음 달 초 정부 전망치도 플러스 성장률 가능성 높아져

자료=KDI,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자료=KDI,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최악의 경우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 시나리오의 경우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다음 달 초 정부도 플러스 성장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KDI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상반기 –0.2%, 하반기 0.5%로,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백신, 치료방법이 등장하는 가정 하에 상위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1.1%,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돼 경제심리가 위축된 하위 시나리오에서는 역성장해 –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돼 0.2% 성장하는 데 그친 후 2021년에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급감한 가운데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둔화되면서 거주자의 국내소비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가 간 이동제한이 지속되면서 거주자의 국외소비는 내년까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음 달 초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한 바 있다. 민간 연구 기관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지만 KDI가 기준 전망치로 0.2%를 제시함에 따라 정부도 비슷한 수준의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KDI의 전망치에 대해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경제성장률 시나리오 3개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난한 전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경제 모습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기 방역에 성공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상반기 안에 코로나19가 잡히고 하반기에 완화되는 상황으로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충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KDI의 전망치에 따라 다음 달 전부 전망치도 마이너스 전망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인 높아졌다. 김 연구실장은 “다음 달 정부 전망치도 플러스로 예측될 것”이라며 “정부는 항상 목표치에 가까운 숫자를 제시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전망치는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계산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정부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제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교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당시에는 금융에서 시작된 문제지만 지금은 실물에서 먼저 타격을 입는 방식이며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전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지난 14일 2020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0.5%로 예상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4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를 예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