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시중은행, 3월 한 달간 8조원↑···증가율 4.24%
증가폭 두배 이상 ‘껑충’···담보·보증서 없어
은행권 “현재까지는 안정적”

자료=은행연합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은행연합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소기업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혁신기업의 기술력만을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은행권 ‘기술금융’도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이었던 지난 3월 6대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증가폭은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술금융의 가파른 증가세가 은행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적 담보나 보증서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기술금융이 도입된 이후 수년동안 각 은행의 평가·관리시스템이 발전해온만큼 아직까지는 부실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일 은행연합회의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6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NH농협, IBK기업)의 기술금융 잔액은 193조2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85조3540억원) 대비 4.24% 증가한 수치다. 3월 증가액은 7조8654억원으로 지난 2월(3조7422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증가율도 4.24%로 2월(2.06%)보다 2.18%포인트 상승했다.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 3개월동안 2.39%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한 달동안 은행권의 기술금융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2조3252억원으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으며 국민은행(1조6655억원), 신한은행(1조4176억원), 우리은행(1조2477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3월 한 달동안 기술금융 잔액이 각각 7590억원, 4502억원씩 늘어났다.

이중 신한은행의 경우 2월(4432억원)보다 증가액이 219.87% 늘어났으며 국민은행도 증가폭이 2월(5753억원) 대비 189.49% 확대됐다. 기업은행(111.11%)과 우리은행(63.94%), 하나은행(54.10%) 등도 전월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기술금융의 급증세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인해 자급난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자금원을 찾다 기술금융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은 중소기업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기술신용평가사(TCB)에 해당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의뢰하고 이 평가를 기준으로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은행의 일반적인 중기대출이나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대출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미 다른 대출을 취급했던 기업들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혁신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지원대출은 한도가 보통 수천만원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기업들이 기술금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정책 방향과 축적된 기술금융 취급 노하우도 최근의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수년간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흐름으로 인해 은행들의 기업대출 수요 역시 늘어났고 그만큼 은행들은 기술금융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기술금융이 도입된 이후 데이터와 기술 평가 시스템 등이 발전돼왔기 때문에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도 크게 단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도입된 이후 각 은행들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평가를 위해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기술금융 취급 능력이 향상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의 니즈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의 급증이 은행권의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6개 은행 기준 193조원 규모에 달하며 물적담보나 보증서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위험도가 다른 대출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기업 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은행들이 발전된 시스템을 통해 해당 기업의 기술뿐만 아니라 매출 등도 다각도로 살펴보고 대출을 실시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리스크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부실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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