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1분기 수수료이익 전년 동기 比 343%↑
4대 시중은행은 2% 증가 그쳐
시중은행 DLF 등 불완전판매 타격에···외국계 반사이익

SC제일은행(사진 왼쪽)과 한국씨티은행/사진=각 사

작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수수료이익이 올해 정체된 반면 외국계 은행들의 수수료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국내 은행들이 문제가 된 투자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들은 이 상품들을 취급하지 않으면서 금융고객이 외국계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수수료이익 2% 증가···외국계는 64%↑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1분기 수수료이익은 총 95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했다. 2018년 1분기와 비교하면 1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수수료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두 은행의 올해 1분기 수수료이익은 7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3% 증가했다. 씨티은행의 수수료이익은 2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분기(48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의 수수료이익도 566억원을 기록, 1년 동안 32.7% 증가했다. 

두 외국계 은행은 수수료이익 증가를 바탕으로 코로나19에서도 일반 은행과 달리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있었다. 씨티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에 그쳤다. 전 분기와 비교해면 202%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3.4% 오른 938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두 외국계 은행의 자산가 고객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권에서 DLF와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은행의 투자 상품에 불신이 생긴 가운데 외국계 은행에선 이 사태를 비켜가면서 고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2~3년 간 외국계 은행들이 자산관리(WM)을 강화하고 있어 자산가 고객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4월 신규 자산가 고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자산가 고객이란 2억원 이상을 씨티은행에 맡긴 ‘씨티골드’ 고객을 의미한다. 특히 씨티은행에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고액 자산가군인 ‘최우수 고객’(씨티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CPC 고객)은 같은 기간 69% 늘었다. 투자자산 규모는 2018년 말 대비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의 경우엔 작년 1~11월 누적 WM 신규 고객이 전년도 연간 실적보다 28%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SC제일은행의 공모펀드 가입액도 19% 증가했다. 

◇외국계 은행, 엄격 심사로 상품 판매하며 신뢰 쌓아

외국계 은행의 수수료이익 증가는 자산관리(WM) 영업에서 시중은행과 차별점을 보여주며 고객 신뢰를 얻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은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과 달리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WM 관리체계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DLF, 라임 사태가 터졌지만 외국계 은행은 자체 심사를 강화해 문제가 된 상품들을 모두 걸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의 경우엔 펀드 상품을 고객에 판매하기 전에 운용사의 신용등급만 아니라 운용 조직, 리서치팀의 과거 5년 간의 실적과 평판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도 상품의 투자 목표와 운용 전략, 과거 운용 성과의 일관성, 펀드 규모의 적정성 등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한 다음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내부 기준을 엄격하게 운영한다. 

특히 씨티은행은 최근 2~3년 동안 영업 전략을 바꿔 일반 은행 업무는 디지털·모바일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금융 기술을 요하는 WM 분야는 WM센터에서 직접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고객에게 고객 성향과 맞지 않는 투자 상품이 불완전판매되는 상황을 차단할 수 있는 비결이다. 또 WM센터에선 뱅킹·외환·보험·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으로 운영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이 약화되면서 수수료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다보니 사고가 난 면이 있다”며 “원칙적으로 투자 상품 판매와 일반 여·수신 업무는 분리되어 있다. 이런 원칙을 고수한 외국계 은행들이 아무래도 고객의 신뢰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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