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치료제 개발, 정부 과제로 선정돼 3억원 수령 예정···정부와 공유 후 무상 제공 발표
작년 98억원 등 3년간 216억원 지원 받아···박능후·이낙연 등 당정 고위 인사도 방문 격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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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일부 제약사들이 매출 부진 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GC녹십자는 정부의 혈장치료제 연구용역과제에 선정돼 3억원을 지원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GC녹십자에는 당정 주요인사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때 마침 회사는 대외협력 업무에 강점이 있는 갈원일 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을 영입했다. GC녹십자는 최근 수년간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정부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제약사로도 손꼽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R&D를 기반으로 한 GC녹십자의 활발한 대외협력 업무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GC녹십자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에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협상을 거쳐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보건연구원이 공고한 ‘2020년 3차 긴급현안 지정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술연구용역’에 단독으로 신청한 후 절차를 거쳐 최종 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지원금액은 3억원이다. 회사는 현재 이 금액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보건연구원이 연구용역을 공고할 당시 업계 현실상 국내에서 혈장치료제 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제약사는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 2개 업체로 좁혀진 상태였다. 결국 GC녹십자만 지원했다. 반면 SK플라즈마는 검토만 하다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가 지난 2월부터 개발을 검토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GC5131A’이다. 회사 측은 오는 7월 임상시험에 착수한 후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 환자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이다. 고면역글로불린은 GC녹십자가 이미 오래 전 상용화한 B형간염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 등이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로 혈장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인데, GC녹십자는 정부와 협력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GC녹십자는 ‘GC5131A’를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18일 이전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단, GC녹십자는 백신 등 자사와 관계사가 코로나19 관련, 개발을 추진 중인 품목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혈장치료제를 제외하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지원이 확정된 3억원이 전부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 고위직 인사들은 GC녹십자를 수시로 방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을 보고 받고 격려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GC녹십자 연구개발센터를 방문,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전 국무총리)도 지난 4월 1일 GC녹십자를 찾아 보고 받은 후 혈장확보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 위원장은 “혈장 채집, 연구, 연구 결과 허가, 상용화 등 모든 단계에 규제가 있는데 지금은 전시상황에 준한다고 봐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도록 당정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같은 달 3일 종로구 거리유세에서 “GC녹십자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 백신과 치료제로 세계적 기업으로 떠오른 회사”라며 “허은철 사장이 올 하반기 이전 코로나19 치료제가 일상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저께(1일) GC녹십자 허 사장이 비공개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을 설명해줬다”며 “제가 세상이 알아주는 대변인 출신이다. 오늘은 녹십자 대변인 하겠다고 했더니 발표해도 좋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달 5일 이천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일부 유족들로부터 면박을 받았던 이 전 총리가 GC녹십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하순 갈원일 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갈원일 고문은 중앙대 약대 출신이다. 중외제약에 이어 지난 1990년 한국제약협회로 자리를 옮겨 상무와 전무, 부회장 직을 수행하는 동안 보건복지부와 국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대정부 활동에 주력했다. GC녹십자의 이번 갈 고문 영입도 협회에서 맡았던 대정부 활동과 직능단체 교섭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 진행된 GC녹십자의 대정부 협력은 최근 3년간 정부지원금 수주실적에서도 확인된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자사와 관계사를 합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지난 2017년 정부지원금은 56억원, 2018년 62억원, 2019년 9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각각 그룹의 R&D 금액은 1166억원, 1220억원, 1506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이에 R&D 금액 중 정부지원금 비중은 최근 3년간 4.8%, 5.1%, 6.5%로 집계됐다.

GC녹십자의 지난해 정부지원금 98억원은 국내 제약사 중 1위로 추정된다. 2위권인 종근당의 38억원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R&D에 기반해 최근 3년 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정부지원금을 수령한 GC녹십자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많은 지원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들이 시기할 정도로 정부지원금을 많이 받은 GC녹십자가 최근 대정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 1분기 유한양행 매출에 근접한 녹십자가 2분기 이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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