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개정으로 시중은행도 주금고 도전 가능
안정성·편의성 등은 부산銀 ‘우위’

BNK부산은행/사진=BNK금융그룹
BNK부산은행/사진=BNK금융그룹

13조원에 달하는 부산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BNK부산은행과 시중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부산은행이 시민 이용 편의성과 지역사회 기여 등 주요 지표에서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근 개정된 조례안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부금고뿐만 아니라 주금고에도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돼 오랜 기간 주금고 운영을 맡아왔던 부산은행의 긴장감이 커져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약정기간이 만료되는 부산시금고 재선정을 위한 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시 주금고 선정은 지난 20년동안 부산은행의 독주가 이어져왔다. 4년마다 치러지는 유치 경쟁에서 5회 연속 금고지기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내달 금고지정 설명회를 시작으로 차기 시금고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시금고 선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은행이 주금고와 부금고를 복수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조례안에 따르면 부산 시금고 운영을 희망하는 은행들은 주금고와 부금고 중 하나만을 선택해 입찰할 수 있었으나 부산시의회가 은행간 경쟁 활성화 등을 이유로 지난 11일 조례안을 개정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의 주금고와 부금고의 예치잔액은 각각 10조3046억원, 2조5966억원으로 약 4배가량 차이가 난다. 시금고 운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금고 운영자에 선정되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복수 지원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부금고라도 확보하기 위해 주금고에 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례안이 개정됨에따라 시중은행도 주금고에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됐고 부산은행은 시중은행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부산은행의 주요 경쟁자로 거론되는 곳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8년째 부산시 부금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그 전에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부금고를 운영했다.

부산시금고 운영자는 9명 이상 12명 이하의 위원들로 구성되는 ‘부산광역시 금고지정심의위원회’에서 심의·지정한다. 위원회는 ▲시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부산광역시의회 추천인 ▲대학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 금고업무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조례안에서 정한 평가항목, 평가기준에 따라 각 은행들을 평가한다.

부산은행은 주요 평가항목 중 ▲시민의 금융기관 이용 편의성(6점) ▲안정성(7점) ▲지역사회 기여 및 부산광역시와 협력사업(9점) 등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부산지역 내 부산은행 지점 수는 총 209개로 국민은행(66개), 농협은행(61개) 보다 3배 이상 많다. 또한 안정성의 기준이 되는 총자본비율도 1분기말 기준 16.13%로 국민은행(15%), 농협은행(14.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부산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발급 ▲동백전(지역화폐) ▲2020 B-스타트업 챌린지 등 다양한 사업을 부산광역시와 함께 진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지역 중소기업에 3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등 지역사회 기여에도 상대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각 사/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 사/표=김은실 디자이너

지역 여론도 부산은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소비자전문단체협의회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부산시 금고는 향토기업 부산은행으로 지정돼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수익성(6점), 건전성(7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부산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83%로 국민은행(8.18%)에 1%포인트 이상 뒤쳐진다. 농협은행의 1분기 ROE는 아직 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9.27%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부산은행이 0.87%로 국민은행(0.36%)과 농협은행(0.5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모로 부산은행이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이번의 경우 시중은행들도 시금고 도전이 가능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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