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기자회견 개최 “포스코 자회사, 물류 진출 포석···대기업 진출 더는 안 된다”
“해양산업계, 포스코 물량 보이콧 등 불가한 상황···자회사 신설 막기엔 역부족”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에서 개최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관련 해양산업계 합동기자회견’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에서 개최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관련 해양산업계 합동기자회견’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철강에 집중하고 물류는 전문 업체에 맡겨 달라”  

포스코가 신설을 예고한 자회사 ‘포스코GSP’를 놓고, 해양산업계가 우려를 넘어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해당 법인 신설이 국내 해운생태계 파괴로 귀결될 여지가 크다며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9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관련 해양산업계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성토했다. 앞서 포스코는 해당 자회사가 그룹 내 분산돼있는 물류계약 등의 업무를 일원화 해 비용절감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해양산업계 측에선 물류업 진출의 포석이라며 경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강무현 회장 △한국해운중개업협회 염정호 회장 △한국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 △한국항만물류협회 임현철 상근부회장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이태하 국장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최두영 위원장 등이 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고려대 로스쿨 김인현 교수가 자문 자격으로 자리했다.

강무현 회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께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기업시민경영이념과 공정가치 창출이란 경영철학을 내세운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하고, 해양산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주문했다. 또 “정부가 어려움에 빠진 해운업계 진원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이번 자회사 신설은 정부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원료의 운반 및 제품의 수출 등에 있어 육상·해상 운송부터 통관·보관 등에 이르기까지 최소 7~8개 각 단계별로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과정을 제3자 종합물류회사에 일임하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교수는 “비용절감을 꾀한다는 포스코의 입장과 취지에는 공감하나 반드시 자회사 설립을 통해서 이를 이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결국 통합물류사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독자적 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하게 되면, 자연스레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물류업 진출로 해양산업계가 위축된 상태서, 포스코가 물류업에 진출하면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의 연쇄 물류자회사 설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포스코는 지난 1983년 제철장학회 재원확보를 명목으로 해운업 진출을 시도한 이래 수차례 반복적으로 추진했다”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해운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브라질 발레사도 자사 물량을 바탕으로 해운업에 도전했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아래 철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 추진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대기업의 물류업 진출은 태생적으로 건전한 동반성장을 저해할 여지가 크다”면서 “물류자회사를 신설한 뒤 하청업체들에 전횡을 휘두른 사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철회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 공식의제로 상정하고, 국내 주요 노동단체들과 협력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포스코 측은 전과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 내 흩어져있는 물류기능을 한데 모아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중복과 낭비를 제거해 실질적 물류효율을 높이고자 함이지, 물류업·해운업 등에 진출할 것이란 예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관리의 주체를 일원화 할뿐 기존과 같이 선사·운송사 등과의 계약 및 거래구조 역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다.

철강업계 안팎에서도 이번 포스코와 해양산업계 간 갈등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거대 고객사인 포스코를 상대로 사실 상 ‘을의 입장’인 업계가 공동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역학관계로 인해 업계의 공동행동 수위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이유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신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해양산업계 전반이 포스코 물량을 보이콧 하는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회사 신설을 반대할게 될 경우, 오히려 이들이 우려했던 포스코의 자체적인 물류사업 진출에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신설은 강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들의 우려와 같이 포스코가 당초 소개했던 취지 그대로 사업을 영위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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