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방한에 기대감↑…“게임사 스스로도 노력해야”
중국 판호가 막힌 지 3년째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정부와 게임업계가 중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게임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국내 게임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 이후 단 한건의 외자판호도 발급받지 못했다.
◇2017년 3월 이후 국내 게임 판호 발급 ‘0’건
최근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고 펄어비스 자회사인 CCP의 ‘이브온라인’이 중국 판호를 획득했다. 그러나 이를 중국 판호 재발급과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넥슨의 경우 2017년 이전에 판호를 미리 획득한 경우이며, 아이슬란드 게임사인 CCP는 펄어비스에 인수되기전 판호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게임 판호 불허와 관련해 중국은 아직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업계는 2016년 벌어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드 갈등 이후 판호 재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드 갈등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 유저들의 취향이 비슷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한국 게임에 잠식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우회 전략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NHN은 일본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4월 모바일게임 외자판호를 취득한 바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중국 명의자를 내세워 중국 회사인 것처럼 작업한 다음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방법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기 때문에 중국의 추가 제재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우회경로 단속을 시작했다.
◇사실상 해법 없어…시진핑 주석 방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
전문가들은 중국 판호와 관련해 사실상 해법은 없다고 말한다. 중국이 작정하고 한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외자판호 발급 재개와 관련해 일본·미국 등 다른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를 허용했으나 한국 게임은 제외한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총 1570개 게임에 판호(외자+내자)를 발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자판호는 185건으로 조사됐으나, 한국 게임은 단 한건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는 시진핑 중국 주석 방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연내 방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방한이 유력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한이 잠정 연기된 바 있다.
다만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된다 할지라도, 판호 발급 확답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주고 받는게 확실한 나라다. 시 주석 방문과 관련해 설사 판호 문제를 거론한다 할지라도, 판호 발급 재개를 대가로 뭘 줄 수 있냐가 관건”이라며 “단순히 시 주석 방한으로 판호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생각은 근거없는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현재 많은 게임사들이 사업계획과 관련해 중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포기하고 가는 분위기”라며 “솔직히 시 주석 방한이 이뤄진다 한들 판호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냥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판호 재발급과 관련해 게임업계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지난해부터 학회에서 판호 이슈를 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문체부와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다른 중요한 외교적 문제가 많은 만큼, 판호 문제를 핵심 아젠다로 올리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 교수는 “게임사 스스로도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 규제에 반하는 확률형 아이템 과금 모델 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보다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과금 모델로는 향후 판호 심사가 재개되더라도 심의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판호에 대해 걱정만 할게 아니라, 게임사 스스로도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