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체료···PG사 불공정 약관이 원인
공정위 시정권고 후 세부안 협의 중
전문가 “공정위 적극 조치 취해야”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가 10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높은 연체 이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 사진 = 셔터스톡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가 10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높은 연체 이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 사진 = 셔터스톡

이동통신3사의 휴대폰 소액결제 연체이자가 여전히 월 4%대 고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3사가 일제히 소액결제 한도를 높였다. 이동통신과 전자지급결제(PG)업체 배만 더 불린다는 지적이다.

소액결제 연체이자는 이통사가 아닌, PG사들이 받는 구조인데 이들 업체는 단 하루만 연체해도 한달 이자를 물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PG사들은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미루고 있다.

1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기존 50만~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일제히 상향했다. 이통3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약관변경 신고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변경된 약관은 과기정통부 확인을 거쳐 현재 각 사 가입자에게 공지된 상태다.

◇ 높은 연체이자에 많이 빌려줘도 마냥 반길 수 없어

통상 소액결제 연체 수수료 정책은 PG사가 책정한다. 주요 PG사의 현행 과금약관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미납가산금(연체료)은 미납결제 건당 3.5~4%로 책정됐다. 연체 수수료는 ‘일할’이 아닌 ‘월할’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단 하루를 연체하더라도 한 달 치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100만원을 소액결제하고 단 하루만 연체해도 3만5000~4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소액결제는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나 미성년자들이 많이 사용한다. 한 PG업체 관계자는 “PG사는 저신용자를 상대로 과도한 연체금을 부과하는 셈”이라며 “이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 상향을 반기면서도 이자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현행 약관은 불합리하며 소액결제 증액은 PG사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납부일을 하루만 넘겨도 소비자에게 높은 연체료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다. 연체자를 양산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며 “신용평가점수가 낮아서 개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과연 정책당국이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소비자가 불합리한 약관으로 인해 피해받지 않도록 PG사에 강력한 시정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한도상향, 이통사 수수료‧PG사 이자 수입 늘어날 것

소액결제 한도 상향은 결제 수수료를 받는 이동통신사과 연체 수수료, 이자를 받는 PG사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6월 소액결제 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아졌을 때 PG사들의 매출은 2015년 3분기 이후부터 연간 30%까지 성장했다. 소액결제 한도가 상향되면 올해 및 내년에도 이와 같은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타 상품군 대비 단가가 높은 여행과 전자기기 부문은 기존 60만원 한도인 휴대폰 소액결제로는 구매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소액결제 한도가 100만원으로 높아짐에 따라 고액 상품군까지 휴대폰 결제 구매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PG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소비자 문제 제기 사항을 인지하고 주요 PG사의 이용약관이 약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해당 PG사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PG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에 ‘월할’로 돼 있는 것도 문제고 미납가산금이 과도하게 높은 점도 문제로 판단했다”며 “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시정권고를 내렸으며 현재 가산금 낮추기 위해 PG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정권고 후 60일 내로 결정하게 돼 있는데 이는 강행규정이라기보다 훈시규정에 가깝기 때문에 그 기한을 정확히 지키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현재 5개월이 넘었지만 (이행까지) 보통 이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미이행 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PG사에서 약관 개정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구체적인 안이 나올 때까지 계속 합의하고 기다리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주요 PG사 관계자는 “공정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인하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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