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10~15% 하향 조정···우리·기업은행, 평가 항목 수정
신한은행 미조정, 하나은행 노조와 논의중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18일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친 뒤 은행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18일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친 뒤 은행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인해 일선 영업점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자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핵심성과지표(KPI)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전체적인 실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직원들의 영업 부담을 줄여 코로나19 피해 극복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달 극심한 노사갈등 끝에 KPI 조정에 합의한 IBK기업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KPI 평가항목 또는 목표치를 조정하기로 결정했으며 부산은행이나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KPI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하나은행의 경우 평가부서에서 최종 논의를 진행 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상반기 지점 및 지역본부 KPI 목표치를 10~15% 가량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에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까지 더해져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가 과부화되자 회사 차원의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KPI는 은행원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채점표다. 승진과 성과급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KPI 평가항목, 목표치 등은 영업점 직원에 대한 영업 압박 강도와 직결된다. 국민은행 측 관계자는 “세부 평가 항목이나 목표치들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할지는 논의 중”이라며 “전체적인 하향 조정은 결정됐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기업은행이 보다 구체적으로 KPI 목표치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지난 3월 은행의 지나친 실적 강요 등을 이유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KPI 35개 항목 가운데 6개 항목(일반예금, 적립식 예금, 개인교차판매, 자산관리고객수, 제안영업, 기업교차판매)을 상반기 경영평가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며 일부 평가지표(퇴직연금, 비이자수익, 외국환·신용카드)의 상반기 목표도 축소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KPI 목표치 수정과 함께 윤 행장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우리은행도 발빠른 대응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 3월 고객의 내점이 감소하자 한 달동안 급여이체 등 결제성 계좌에 대한 항목을 평가에서 제외했으며 별도 통지시까지 중소기업금융지원 관련 코로나19 관련 상품 취급에 우대 점수를 부여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기존의 분기평가 방식을 반기평가 방식으로 변경했으며 임시 폐쇄 영업점의 경우 줄어든 영업일수만큼 목표치를 낮추기로 했다. 지방은행인 경남은행 역시 상반기 목표를 항목별로 4~20% 가량 축소하기로 했으며 부산은행도 비슷한 수준의 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 KPI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지 않은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수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으며 하나은행 관계자는 “평가부서에서 코로나 19 영향도를 분석중에 있으며 분석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산업노조 하나은행지부는 지난 13일과 14일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금융위원회) 앞에서 ‘KPI 유보·완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에서 KPI 완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 노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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