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소규모 주택 상당수···투기 수요 몰릴 수도
경매·증여·임대차 계약 등 ‘꼼수 거래’ 무방비

서울 용산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 자료=국토교통부
서울 용산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 자료=국토교통부

용산 정비창 부지 주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앞두고 ‘반쪽자리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역 내에 허가 대상이 아닌 소규모 주택이 적지 않은데, 이곳으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아울러 경매·증여·임대차 계약 등 제도적 허점을 노리는 ‘꼼수’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와 인근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에서 토지를 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대상 면적은 주거지역은 18㎡ 초과, 상업지역은 20㎡를 초과하는 토지다. 허가대상 지역은 이번에 포함된 지역은 용산정비창 부지(0.51k㎡)와 한강로동·이촌2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13개소(0.77k㎡)다. 허가구역은 오는 20일부터 1년 간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5·6대책으로 인한 투기방지 대책의 일환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용산 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 8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개발 기대감으로 인해 투기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추가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강로동과 이촌2동(서부이촌동) 등 용산 정비창 지역 일대에 투기적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반쪽자리 대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구역 내에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주택이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촌1구역이 포함된 이촌2동에서 올해 거래된 연립·다세대 주택 물건 7건 중 6건이 허가 받을 필요가 없는 주택들이었다. 대부분 대지권면적 18㎡ 이하 규모 주택들로, 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일대에서 올해 거래된 물건 대부분은 허가 대상이 아닌 대지권면적 18㎡ 이하 주택들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대로 된 현장 실태조사와 효과 분석도 없이 다급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일 거래된 ‘새마을연립’은 대지권면적이 16.53㎡(3층)으로, 거래가는 7억3500만원(3.3㎡당 1억4700만원)이다. 앞서 11일에도 대지권면적 11.34㎡(지하 1층)인 다세대주택이 5억8650만원(3.3㎡당 1억7250만원)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대로 된 현장 실태조사와 효과 분석도 없이 다급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된 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228가구)는 현재 전용면적 별로 39㎡(24가구), 49㎡(60가구), 59㎡(144가구)로 이뤄졌다. 이 중 59㎡만 대지지분이 18㎡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9㎡와 49㎡는 허가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한강로동에서 재개발이 추진 중인 삼각맨션과 신용산역1구역도 각각 130가구 중 54가구, 118가구 중 48가구는 대지 지분이 적어 매매가 자유롭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18㎡ 이하 면적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촌2동 내에는 소규모 연립·다세대 주택이 많은 편이다”며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대지면적 18㎡ 이하 주택 중심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꼼수’ 거래에는 사실상 ‘무방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여나 경매, 소송 등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매를 활용하는 꼼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의로 임의경매 사유를 만든 뒤 희망자가 직접 낙찰 받는 방법이다. 임대차 계약도 가능성 있는 편법 중에 하나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이 된 주택의 경우 최대 5년간 실거주해야 하지만, 임대차 계약기간에는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직은 투기 수요가 보이지는 않지만, 지정 이후에도 편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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