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어닝쇼크···순익 지난해 대비 90% 넘게 급감
브로커리지 선방 기대감 있었지만 PI서 큰 손실
MTS·HTS 오류 문제도 연이어 터져나와 평판 훼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키움증권이 올해 들어서는 출발부터 부진한 모습이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영향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어닝 쇼크를 보였고, 여기에 주식 및 원유 파생상품 거래시스템 오류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평판 이슈도 불거진 상태다. 

◇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충격의 1분기 어닝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 순이익으로 66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78%나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94.89% 감소한 103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매출이 지난해 대비 240.1% 증가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 표=이다인 디자이너.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 표=이다인 디자이너.

키움증권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 같은 실적을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3628억원, 영업이익 47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7.75%, 63.92% 증가한 규모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17% 대로 업계 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번 1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악재가 있었지만 키움증권은 선방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늘면서  개인투자자 위탁중개(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1분기 연결 순이익이 최대 45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키움증권의 이 같은 부진은 자기자본투자(PI)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은 업계 예상대로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수익이 증가했지만 PI에서 시장 예상보다 많은 손실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PI 부문 영업수지에서 1198억원의 손실이 나왔다. 지난해 1분기에는 815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던 부문이었다. 유안타증권은 이에 대해 증권 PI 자산으로 보유 중인 주식의 손실이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연결 자회사 및 기타 부문(투자조합 및 펀드)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도 존재했다. 주요 자회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199억원에서 올해 107억원으로 46.4% 감소했다. 키움프라이빗에쿼티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종속회사들의 경우엔 올해 1분기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투자조합과 펀드에서 발생한 336억원의 손실도 키움증권의 발목을 잡았다. 

◇ 브로커리지 1위의 그늘···연이은 거래시스템 오류

키움증권은 실적뿐만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던 까닭이다.

우선 키움증권은 지난달 21일 HTS에서 원유의 마이너스 값을 인식하지 못해 매매가 강제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원유선물 투자자들은 HTS 매매중단으로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캐시콜(cash call)도 맞게 됐다. 키움증권이 당시 집계한 투자자 피해 규모는 50계좌, 약 1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지만 문제는 이 가능성이 예고됐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청산소(CME Clearing)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공지를 통해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에너지 선물 계약이 마이너스 또는 제로 거래 가격으로 상장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의 마이너스 가능성이 점쳐졌음에도 시스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앞선 3월에는 MTS 접속 장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 9일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용 MTS인 ‘영웅문S글로벌’에서 밤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계좌 잔고 확인 및 주문 미체결 내역 조회가 되지 않았다. 같은 달 13일에는 국내 증시 개장 이후 약 10분간 MTS 접속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24건의 전산장애 민원이 접수됐는데 이는 증권사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 남은 기간 반전 가능할까?

올해 초 시작은 좋지 못했지만 남은 기간 반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적 측면에서는 최근 금융시장 안정화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 저하요인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독보적 브로커리지 시장지배력 확보로 동학개미 운동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다”며 “PI부문 평가손실 회복 동반 시 2분기 실적의 ‘V’자 반등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파생상품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키움증권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이달 15일부터 실물 인수 상품인 크루드 오일과 히팅 오일, 천연가스, 가솔린의 경우 최종 거래일 하루 전 오후 10시부터 반대매매를 시행했다. 이는 기존 보다 3시간 앞당겨진 것으로 만기 때 반대매매가 쏠려 전산 문제가 생기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의 그늘이 많이 나타났던 기간이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고 금융시장 심리도 회복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 차원에서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키움증권이 올해 들어서는 부진한 출발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 CI=키움증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키움증권이 올해 들어서는 부진한 출발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 CI=키움증권.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