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까지 남은 여유금 2102억원···국토부 '재무구조 개선' 명령 불가피
“인수 가격 조정은 쉽지 않아, 영구채 출자전환이 현실적”

아시아나항공 수익성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이 더 높아졌다. 업계에선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좋지 않다는 예상을 근거로 이미 완전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인수 당사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HDC현산이 산은 측에 가격변경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683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9082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210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완전자본잠식까지 남은 여유금은 2102억원에 불과하다. 완전자본잠식은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까지 모두 잠식된 상태를 말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의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항공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27일 개정돼 올해 2월28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항공사업법 제27조8항에 따르면 국토부는 완전자본잠식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을 명할 수 있다. 명령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면허취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

HDC현산 입장에선 인수 후 부담이 늘어난 꼴이다. 부담이 인수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3번째 연기하며 구주 및 신주 취득 시점을 특정하지 않자 시장에선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기존과 비교해 확연히 떨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수를 포기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HDC현산은 인수 포기 시 인수금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을 잃게 된다.

마음이 급한 쪽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다. 인수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산은이 지난 2009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이라는 유사 사례를 겪은 뒤 혹독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을뿐더러, 코로나19 이후 다수의 기업이 자금 지원을 요청한 탓에 아시아나항공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여력도 없다고 분석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전자본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실적이 이어지면 HDC현산에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더 급한 쪽은 산업은행이다. 헐값 매각은 아니더라도 인수 가격 삭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할 것”이라면서 “인수 불발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우발 채무, 자본잠식이 지속돼 재무 개선 여지가 없을 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HDC현산이 구주 가격조정과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매입가격으로 2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이 중 구주 비용은 3228억원이다. 만일 구주 비중이 줄어들면 재무 개선에 활용할 신주 비중을 늘릴 수 있다.

다만 구주 가격조정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선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파격적인 조건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구주 가격조정은) 금호산업과 관련된 내용이고 법적인 절차가 있어 HDC현산이 요청하더라도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면서 “차라리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이 현실성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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