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시장가치 두산타워···“분당에 신사옥 건립 중, 그룹 상징성도 희석”
프로야구 원년때부터 두산이미지 형성한 ‘두산베어스’ 매각 전망 놓곤 이견

두산타워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열렸던 두산베어스 홈 잠실야구장. /사진=연합뉴스, 두산베어스
두산타워,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잠실야구장. / 사진=연합뉴스, 두산베어스

두산그룹 자구안이 초미의 관심사다. 두산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열사·자산 등의 매각을 바탕으로 추진될 이번 자구안에 두산타워·두산베어스 매각 안이 담길 것인지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자산매각·제반비용축소 등을 바탕으로 최대 3조원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도 이례적으로 3년이란 비교적 긴 구조조정 시간을 줬다.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높여 정상화를 꾀하려는 두산 입장에선 상당한 호재다. 시간에 쫓겨 헐값에 매각할 수도 있는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추가적은 자금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연내 상환해야 할 자금 압박에서도 한 시름 덜게 됐다. 재계에서는 앞서 두산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한다. 다만 정확히 어떤 계열사를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그룹 내부에서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미래 중추가 될 두산인프라코어·두산퓨얼셀 등은 지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이미 매물로 나온 두산솔루스 외 ㈜두산 산업차량BG, 두산메카텍 등 잔여 계열사들과 두산타워·두산베어스 등이 매각 후보군으로 묶인다. 특히 두산타워와 두산베어스의 경우 상당기간 그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두산타워의 매각은 실현이 유력시 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두산타워는 지하 7층 지상 34층, 연면적 12만2530.26㎡(약 3만7000평) 규모다. 그룹 지주사 ㈜두산 소유다. 1998년 준공된 두산타워는 쇼핑시설뿐 아니라 그룹 본사사옥으로 활용돼 왔다. 지상 18층까지 주차장과 쇼핑시설들이, 19층부터 34층까지 사무실들이 자리했다.

두산타워 준공과 함께 을지로에 있던 주요 계열사들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각이 진행될 경우 7000억원을 웃도는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복수의 투자운용사와 매각에 대한 논의가 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통합신사옥이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되고 있고, 면세점 운영도 현대백화점이 하고 있어 그룹의 상징성이 많이 약화된 상태”라면서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외국인 방문객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동대문이란 요지에 자리한 까닭에 최종 매각대상에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두산베어스는 ‘OB베어스’란 이름으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지금까지 두산그룹이 보유해 온 야구단이다. 1998년 OB맥주 매각과 함께 오늘날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두산그룹이 갖고 있는 이미지 상당부분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LG트윈스와 함께 서울을 연고로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으며, ㈜두산이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미지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으나, 실익 면에선 뒤처지는 곳이다.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고를 올리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수십억원 혹은 수억원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나마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 관중이 급증하고, 구단이 높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얻게 된 실익이다. 앞서 상당기간은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아래 운영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두산베어스가 매각 안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선 이견이 많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내놓지도 않을 것이라 지적한다. 두산 오너일가의 애착이 크고, 앞서 프로야구 9·10구단 창단 과정에서 드러났듯 야구단 운영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매수 후보층이 좁은 상황에서 높은 실익을 얻기도 힘들어 매각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인구가 많은 서울 잠실야구장을 연고로 사용하고 팬층이 두텁다는 점이 야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기업들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10구단(수원 KT위즈) 선정 당시 낙방한 부영을 비롯해 매각 성사 가능성 역시 충분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두산그룹이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를 포함한 자구계획 및 매각대상 계열사·자산 등과 관련해 두산그룹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뿐 아니라, 위기 이후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자구안이 구성돼야하기 때문에 논의가 길어지는 것 같다”면서 “숙고 끝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를 내놓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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