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언급으로 질본 청 승격 기정사실화···복지부 보건직·7급·행시 출신들 고민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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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분주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이 사실상 확정 단계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에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질본 행을 지원할지 주목된다. 

16일 복지부와 질본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해 질본의 청 승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감염병 등 보건의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1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질병청 승격은 빠를수록 좋다”며 “여야가 함께 공약한 사항인 만큼 최우선 과제로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복지부와 질본은 질병청 승격을 확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입법과 행정 절차만 남은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 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실은 복지부와 질병청의 업무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복지부 직원들은 질병청 근무를 지원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전부터 질본의 청 승격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잇단 발언으로 사실상 확정된 이상 본격 고민이 시작됐다는 직원들 전언이다.

복수의 복지부 직원은 “이전부터 질본에 갈 지를 놓고 여러 생각을 해왔다”며 “과거 복지부 외청이던 식품의약품안전청 사례를 보더라도 질본의 청 승격 이후 복지부와 인사 교류는 지속되겠지만 인사발령이 자유로운 현재보다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또 이왕 질본에 가는 것이라면 서둘러 복지부에서 전출해 초기 질병청 멤버라는 상징성을 갖추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직원들 지적이다.  

이처럼 복지부 직원들이 질본행을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인사적체가 심각하다는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고시 출신을 보면 최고 기수가 33회 김강립 차관이고, 기수별 십수명이 승진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행시 46회 이후 두드러지고 있으며, 52회의 경우 복지부에 17명이 근무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복지부 과장들은 사석에서 행시 50회 이후 후배들의 인사적체를 걱정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실장은 물론 국장에도 승진하지 못하고 퇴직하는 사례도 우려된다는 논리다.

인사적체는 7급 공채나 보건직 출신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정부중앙부처 특성상 행시 출신들이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복지부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 14일 진행된 부이사관(3급) 승진 심사에서도 최종 4명 중 행시 출신이 3명인 데 비해 비고시 출신은 1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참고로 질본은 충북 오송에 위치한 본부와 복수의 소속기관으로 구성돼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13개 국립검역소가 질본의 소속기관이다. 현재 총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질본 청사에는 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을 합쳐 1000여명이 일한다. 이중 근로자 600여명을 제외한 400여명이 공무원으로 파악된다. 공무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인력이 연구직 출신이다. 연구직은 식약처 등 타 기관과 동일하게 보건연구관과 보건연구사 등 2개 직급이다. 연구직 다음으로 비중이 많은 직렬이 보건직 출신이다. 이어 행정직과 간호직, 사회복지직 출신 등이 근무하는 현실이다.    

이같은 질본의 인력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보건직과 7급 공채, 행시 등 다양한 출신 성분의 복지부 공무원이 질본행을 고민하거나 향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반대로 질본 직원들 중에서도 복지부 행을 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차후 수요조사가 예상된다는 것이 직원들 전언이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규모보다 실제 질본행을 고민하는 직원 숫자가 많다”며 “향후 복지부 고위층이 질본행 공무원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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