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한 디자인에 카메라·AP 성능은 합격점, 멀티태스킹에 유용
경쟁사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 봇물···체감 가격 장벽 낮추기 관건

“손 베이겠는데?” 최근 ‘LG 벨벳’을 만져 본 동료 기자는 얇고 매끄러운 디자인에 반쯤 과장을 섞어 이렇게 표현했다.

기자가 처음 본 LG 벨벳의 첫 인상도 ‘길다’였다. 손에 쥐어 보면 길고, 얇고, 매끈하다. 벨벳의 두께는 7.9mm다. 지난해 출시된 V50s나 G8 두께 8.4mm 보다 더 얇다. 갤럭시S20 울트라 두께(8.8mm)와 비교하면 0.9mm 차이가 난다. 화면과 카메라 모듈이 커지는 스마트폰 고사양 경쟁에서 LG 벨벳의 얇고 매끈한 외모는 차별화 요소로 다가왔다.

LG전자는 벨벳의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부품을 덜어내 크기와 두께를 줄인 대신 소프트웨어 역량을 총집합해 기능을 대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품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써본 벨벳은 일상적인 사용에 무리가 없다고 느꼈다. 중급 스마트폰 이상의 사용 성능을 보인 것은 물론 긴 디스플레이 덕에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 강점을 발휘했다.

◇화면 커도 한 손에···멀티태스킹도 최적

LG 벨벳은 디스플레이 좌우 끝과 후면 커버가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밑에서 보면 타원처럼 둥근 모양인데, LG전자는 이를 3D 아크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한 손에 쥐어도 편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6.8인치다. 세로가 길고 폭이 좁아 20.5:9의 영화관 스크린 같은 화면비를 지원한다. 덕분에 동영상을 볼 때 몰입감이 있다.

가로로 돌려 모바일 게임을 할 땐 화면 양 끝을 손으로 잡아도 널찍한 화면 덕에 답답함이 없었다. 전작에서 지적받던 발열 문제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사양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20분 가까이 해도 기기 온도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상하로 긴 디스플레이는 세로형 콘텐츠를 볼 때 특히 유용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게시물을 볼 땐 한 화면에 여러 게시물이 담겼다. 무엇보다 화면을 분할하는 멀티 윈도우 기능을 활용할 때 답답함이 없었다. 상단에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고 하단 포털 검색을 해도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 덕에 시원시원했다. 

/사진=윤시지 기자
멀티윈도우 기능을 쓸 때 긴 화면이 유용했다. /사진=윤시지 기자

 

이 같은 디스플레이에 AP 사양은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벨벳의 두뇌로 쓰인 퀄컴 스냅드래곤765 5G 칩셋은 플래그십 제품보다 한 단계 낮은 보급형 제품이다. 다만 LG전자는 모뎀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통합한 해당 칩셋을 활용해 내부 부품과 배터리 공간을 확보하고 얇은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있던 카메라 사양도 중급 스마트폰 이상으로 느껴졌다. 벨벳은 일반 4800만 화소, 광각 800만 화소, 심도 500만 화소 카메라를 쓴다. 지난해 출시된 G8에 있던 광학식 이미지 흔들림 보정(OIS) 기능은 빠졌지만 풍경 사진은 선명하게 나왔다. 다만 OIS가 없다보니 줌을 당기면 촬영 화면이 크게 흔들리긴 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저조도 촬영 성능은 무난했다. 벨벳의 후면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에 채용된 쿼드비닝 기술은 빛의 양이 적은 곳에서도 수광량을 넓히는 기능이다. 실제로 ‘나이트뷰’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생각보다 사진 노이즈가 적었다. 낮처럼 밝진 않아도 한밤중에도 뚜렷한 음각이 드러났다. 전면 1600만 화소 카메라는 얼굴을 잘 잡아냈다. 오토포커스 기능은 없지만 셀피 찍는 데 무리는 없었다.

/사진=윤시지 기자
11일 오후 8시 서울시 소공로 인근 야간 풍경. LG 벨벳 카메라 '나이트뷰' 모드로 찍은 사진(좌)과 갤럭시S10e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갤럭시S10e의 1200만 화소 카메라엔 OIS 기술이 적용됐다. 오히려 벨벳이 조금 더 밝게 나오는 편. /사진=윤시지 기자

 

동영상을 촬영할 땐 전자식 이미지 흔들림 보정(EIS) 기능을 활용해 흔들림을 줄였다. 스테디캠 모드를 동작하면 계단을 오르거나 덜컹 거리는 차 안에서도 흔들림 적은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V50S에도 있던 ASMR 레코딩 기능과 보이스 포커스 기능은 영상을 1인 미디어 취향을 겨냥한 기능이다. 최대 60배속의 타임랩스 기능 역시 다양한 SNS용 영상을 촬영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적합해 보였다.

◇체감 가격 낮추기가 관건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LG 벨벳의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공시지원금은 통신사별로, 요금제 별로 7만4000원~24만원선으로 정해졌다. 업계선 LG전자의 할인 프로모션과 이통사 지원금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 장벽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LG 벨벳은 9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중저가 폰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달 초 삼성전자는 갤럭시A31을 30만원대, 갤럭시A51 5G는 50만원대 가격을 책정했다. 애플은 아이폰SE 2세대를 50만원대 가격에 내놨다. 

지난해 무상으로 제공된 듀얼스크린은 올해 유상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24만2000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더하면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무난한 성능만으로 넘어야 할 벽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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