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SG레일 행정심판 승소로 ‘청담동 구간’ 착공 길 열려
강남구청, 굴착허가 계속 거부할 경우 발생 손실 부담
삼성역 개통 지연 변수···업계 “2026년은 돼야 전 구간 이용”

/ 그래픽=시사저널e DB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큰 산을 하나 넘은 모습이다. 주민 반발로 착공이 지연된 서울 청담동 구간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다. 전 구간 공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23년 말 개통을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삼성역 개통 지연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국토부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GTX-A 노선의 청담동 구간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강남구청에 “공사를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시행사인 SG레일은 굴착 허가를 거부한 강남구청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2018년 12월 GTX A노선 착공식을 연 지 1년 6개월 만에 전 구간 공사가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청담동 등 인근 주민들은 주택가를 지나는 GTX 공사가 진행되면 터널굴착공사의 소음이나 진동이 그대로 전달될 위험이 있고 지반 침하, 건물 균열, 싱크홀 등으로 인해 거주지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강남구청도 굴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전체 6개 공구 중 청담동이 속한 지역만 공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다. 행심위의 결정에도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강남구청은 조만간 굴착허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굴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이후 발생되는 손실을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GTX-A 노선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토부는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개통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GTX-A노선의 핵심 정차역인 GTX삼성역(가칭)의 개통 지연이다. 국토부는 GTX-A노선 준공에 발을 맞춰 삼성역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3월 GTX삼성역(예정)의 기본 설계를 변경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기존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GTX-A노선과 GTX-C노선이 각각 다른 층으로 지나도록 설계돼있었지만, 서울시는 최근 두 노선이 같은 층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본 설계를 바꿨다.

설계 변경으로 예상 공사 기간은 48개월에서 86개월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삼성역 개통이 빨라야 오는 2026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역 구간은 역사가 완성될 때가지 무정차 운영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의 도입 취지가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서울 중심부·강남권의 접근성을 높여주자는 것인데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이 미뤄지게 되면 ‘앙꼬 없는 급행철도’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GTX 공사와 차량 납품 일정은 2024년 6~7월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시행자인 SG레일과 공사 기간을 지난해 8월 15일부터 2024년 6월 29일까지로 계약했다. GTX 철도 차량은 2024년 중반에나 들어올 전망이다. 철도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전체 160량 중 120량을 납품하기로 했다. 납품 기한일은 2024년 7월 29일이다. 업계에선 납품 뒤 시운전 등의 절차를 거치면 실제 운행은 개통 목표보다 1~2년 가량 더 늦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GTX는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시속 100㎞의 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시간당 이동거리)로 달릴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대심도 도심 고속전철이다. 노선을 직선화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에 닿도록 설계됐다. GTX는 A·B·C 3개 노선으로 건설되며 수도권 2·3기 신도시 주요 교통망으로 기능하게 된다. 가장 건설 속도가 빠른 GTX-A노선은 파주∼일산∼삼성∼동탄 등 총 83.1㎞ 구간, 10개 정거장을 평균 시속 100㎞로 달리며 수도권 남북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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